읽다

20260426 | 관객모독 Publikumsbeschimpfung / 페터 한트케

카랑_ 2026. 4. 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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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납하러 도서관 갔다가, 간 김에 뭐라도 빌려와야지 싶어서 그냥 눈에 띄는 대로 몇 개 골랐다. 길게 끌지 않고 한번에 다 읽어내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웬만하면 얇고 짧은 책을 봐야지 싶었다. 그래서 얇은 것 위주로 고른 것 중 하나.

 

관객모독 Publikumsbeschimpfung
/ 페터 한트케

 

 

 

연극, 그러니까 희곡으로 알고 있어서 당연히 지문과 대사가 표시된 형식일 줄 알았는데 줄글로 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근데 읽어보면 무대용 극본이긴 했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을 무대에 선 사람이 하고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독창적이고 왜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어렴풋이 알 것은 같았다. 그래서 첨엔 발췌도 할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보았는데, 읽다보니 이 작품은 발췌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문장 하나, 표현 하나가 중요하다기 보단 전체를 이루는 덩어리와 흐름을 보아야 하는 작품이었다. 인상깊은 구절 몇 개를 남겨두긴 했는데, 이것만 덜렁 떼 놓고 보면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싶다. 

 

 

줄을 긋고 보니 아래에 또 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연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경계는 붕괴될 수도 없고, 통과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입니다. 우리는 작가의 대변자입니다. 여러분은 우리에 관해 어떤 모습도 만들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에 관해 어떤 모습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입니다. 우리 의견이 작가의 의견과 일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말이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러분은 언어의 희극을 즐기는 것입니다.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호칭이 여러분에서 너희들로 바뀜과 동시에,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말투는 물론 내용도 무시무시하게 바뀐다. 근데 이걸 보면서 묘하게 희열이 느껴지는 건 뭘까. 공연으로 접했다면 놀라움과 동시에 약간 무서웠을 것도 같다. 배우의 톤이나 표정같은게 완전히 달라졌을테니까. 이 뒤로는 계속 비난과 호통의 연속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촘촘한 그물을 펼치고 모두를 향해 비난을 쏟아낸다. 

 

 

이거 은근 재미있다. 무엇보다 문장이 짧고 간결해서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생각까지 했냐면, 이걸 원서로 보면서 영어공부를 해도 좋겠다- 였는데, 생각해 보니 관객모독의 원서는 독일어로 쓰여졌을 거 아니야. 그럼 영어가 아니라 독어를 알아야 하는 거네. 독어 공부하는 사람들한테는 좋겠다. 뭐 이런 의미없는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기도 했다. 근데 영어로 쓰인 거 있으면 영어로 봐도 되게 좋을 것 같긴 해. 

 

 

재밌게 잘 봤다. 신기하게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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