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다 눈에 띈 책이었다. 얼핏 들어본 것도 같고...? 하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빌려 왔는데.
체공녀 강주룡 / 박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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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너무 좋잖아 몇 번이나 나를 울컥하게 하고 막 심장이 벌렁거리게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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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부분만 보고는 이거 되게 귀여운 연하연상 신랑각시 얘기인 줄 알았다. 그러다 독립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아, 이거 심상치 않다. 이거 보통 얘기가 아닌 것 같다 했다. 그런데 정말 이야기가 끝도 없이 뻗어간다. 고운 신랑을 얻었다고 좋아하던 강녀, 강주룡의 인생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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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남편을 따라 들어가게 된 독립군에서 활약하게 되고, 강주룡을 진작 알아 본 백광운 장군의 신임을 얻게 되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수군거림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어린 남편과도 갈등이 생긴다. 어린 남편은 정말 어렸고... 주룡은 그렇게 독립군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얼마 후 남편 전빈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짧은 재회 후 전빈은 죽고, 시댁에서는 남편을 죽였다며 주룡을 고발해 죄없이 옥고를 치르기까지 한다. 감옥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 가족들은 주룡에 대한 소문을 피해 서간도를 떠나 조선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주룡도 함께 떠나오지만, 그곳에서 아버지는 주룡을 또 나이 많은 지주의 첩으로 팔아먹으려고 하고... 주룡은 다시 떠난다. 평양 고무공장의 노동자가 된 주룡은 그곳에서 노동운동을 접하게 되고, 노동운동의 선봉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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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룡이 겪는 일들이 하나같이 다 나를 울렸다.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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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도 인물도 매우 힘있게 나아간다. 시련과 슬픔이 동반되지만 너무나도 씩씩하게, 그렇다고 일부러 억지로 꾸며낸 것도 아닌 타고난 강인함으로 이겨내는 모습이 너무 벅차오르게 만든다. 강주룡 진짜 너무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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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룡은 실존 인물이다.
강주룡
일제강점기 평양 소재 평원(平元)고무공장 여공으로 1931년 동맹파업을 벌인 항일노동운동가.
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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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정보를 보면 책이 인물의 연대를 쭉 늘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작가가 글을 너무 잘 썼고 감정을 잘 살렸다. 곱씹을수록 벅차오른다. 오랜만에 정말 너무 좋은 이야기를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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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책 읽기 좋은 날씨라 도서관 갔다 오는 길에 공원에 앉아 펼친 걸 끝까지 읽었다. 다 읽는 데 2시간 반 남짓 걸렸다. 몇 번이나 눈물을 참느라 눈을 돌렸고, 혹시라도 누가 볼까 몰래몰래 눈물을 닦았다. 날이 밝고 화창한데 눈물은 자꾸 나고 강주룡은 너무 멋있고. 하. 정말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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