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을 아주 재미있게 잘 봤다. 그래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하나 더 보고 싶었다.
라이프 리스트 / 로리 넬슨 스필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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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국에서 베스트셀러였네, 폭스 사에서 영화화를 결정했다느니 하는 홍보 문구도 꽤 흥미를 돋웠다. 이때는 몰랐다. 이것이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 쪽으로 대중적이라는 뜻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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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엄마가 남긴 유언장대로 실행해야만 유산을 받을 수 있게 된 딸의 이야기다. 실행할 목록은 그녀가 십대 때 썼던 장난같은 열 몇 개의 리스트다. 엄마의 회사에서 누리던 직업을 버리고 교사가 되기, 말을 사기, 강아지를 키우기, 사랑에 빠지기, 아기를 낳기 같은 것들. 그것을 다 이루어야만 막대한 유산을 받을 수 있다. 한 순간에 직장을 잃고, 남자친구도 잃고, 집도 잃게되는 상황이 닥치며 절망에 빠지는데, 그럼에도 하나씩 리스트를 달성해가며 엄마가 남긴 유언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그리고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근데 이렇게 길게 말할 거 없이 그냥 철부지 백만장자 상속녀 계몽기였다. 엄마의 유언은 결국 그거다.
딸아, 너에게 잠깐의 시련을 줄게.
하지만 걱정 말아라, 얘야.
그것이 끝나면 너에게는 막대한 부와 명예와 사랑이 주어질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즐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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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재미로 읽을만 한 내용이긴 하다. 근데 이성에게 지나치게 매달리고, 심지어 각자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도 야릇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상황들이 좀 불편하다. 리스트를 달성하는 것 중 하나인 '진정한 사랑찾기'라는 게 좀 거슬릴 정도로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아 쫌 사람을 제대로 보라고!
게다가 나름 반전처럼 만들어 놓은 관계도 읽다보면 아.. 설마... 이게.. 이 사람이... 이렇게 예측하게 되고, 결국 그 정체가 밝혀졌을 땐 역시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럴 줄 알았다. 근데 그마저도 연인 또는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을 다 팽개치고 주인공에게 달려오는 상황을 그리는데, 서양은... 그런 게 그렇게 낭만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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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던 아기갖기, 말 사기와 같은 목표들이 마치 기다린 것처럼 주인공의 눈 앞에 딱 필요한 상황이 되어 나타난다. 짜 놓은 스토리에 필요한 요소로 주인공의 어린시절 목표라는 걸 끼워 넣은 티가 너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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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다는 홍보 문구때문인지 읽는 내내 헐리웃 영화나 미드 수십편이 스쳐지난다. 상투적이지만, 어느정도 재미는 보장되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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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배경이나 삶, 태도같은 것들이 하나도 공감되지 않아서 아무 감흥이 없었다. 휴. 고생했다.
비슷하게 내가 공감할 건덕지가 거의 없었던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은 되게 재밌게 읽었는데...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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