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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는 변기 뚜껑을 닫으려는 순간 재빨리 얼굴을 내미는 '머리'의 모습을 보았다. 변기 뚜껑을 집어 던지듯 황급히 닫았다. 몇 번이나 물을 내렸다. 화장실을 나오려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변기 뚜껑을 열어보았다. '머리'와 눈이 마주쳤다. 물속에서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주위에는 머리카락이 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변기 뚜껑을 닫았다. 레버를 눌렀지만 물은 더 내려가지 않았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알을 스는 것도 아니고 무는 것도 아니면 그냥 두지 그러니."

가족들은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았다.

 

정보라 <저주토끼> 中 머리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읽다 생소한 표현을 발견했다. 그래서 바로 찾아봤는데, 나와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던 어느 분이 무려 국립국어원에 문의를 하셨었다! 

 

 

 

 

 

 

근데 국립국어원에서도 마땅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알을 스다 / 알을 서다 이렇게도 찾아봤는데, 역시 없다. 그리고 이 정도면 국립국어원에서 못 찾았을리가 없지. 

 

근데 뭔가 표현이 주는 느낌이, "녹이 슬다"같은 느낌이라 혹시나 하고 '슬다'를 찾았는데. 

 

 

 

이거다. 슬다의 2번의 뜻, '곰팡이나 곤충의 알 따위가 생기다'다.

'슬다'가 '-는'과 붙어 '스는'이 된 거다! ㄹ탈락 뭐 이런 걸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고 아무튼

 

슬다 + 는 = 스는

 

 

나 지금 쫌 뿌듯한데. 국립국어원도 못 찾아준 거 내가 찾은 거 맞나? 맞지? 

 

 

+

 

 

이야기를 조금 더 읽었으면 뜻을 파악하기 더 쉬웠겠다. 처음의 본문에서 나온 저 표현이 뒤에서 약간 변주된 형태로 남편의 말로 다시 한 번 반복된다. 

 


 

뭐, 별거 아니네. 그냥 내버려둬요. 기어 나와서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알을 까는 것도 아니잖아?

 

정보라 <저주토끼> 中 머리


 

 

'알을 깐다', '알을 슨다' 이런 표현이 반복되는 걸 보니 여기에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머리>를 다 읽지 않아서 모르겠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뭔가. 

 

 

 

 

 

20241015 | 저주토끼 / 정보라

예전부터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희한하지. 그러다 요상한 의식의 흐름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관심이 건너건너 가다 부커상 후보작이었던 저주토끼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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