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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주우러 다니다가 너무 좋은 자리에 두 자리가 딱 난 걸 보고 일단 예매는 해 뒀는데, 누구랑 보러 갈지가 너무 고민이었다. 그래서 꼬시고 꼬신 게 일령. 관람연령에 간신히 턱걸이를 한, 올해 중1.

 

어떤 공연이냐고 묻는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그냥 너무 좋은 공연이야... 나를 믿고 한 번 봐 줘... 너무 허접한 설득이었다. 하지만 걸려들었다...? 같이 봐준다니 좋고 고맙긴 한데, 왜 설득이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어봤다. 아니.. 도대체 뭘 믿고...? 그랬더니 지난번에 내가 우겨서 ㅋㅋㅋ 보았던 소크라테스 패러독스가 나쁘지 않았단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의 이 말도 안되는 설득에 넘어가 주는 거라고 했다. 

 

 

 

 

20230124 |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양동근 소크라테스/치타 멜레토스)

영업당하다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를 영업하는 글을 보았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에 대한 극을 랩으로 풀어낸 공연이라니. 재미있겠군.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시간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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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령이는 명동을 처음 가본다고 했다. 하긴, 나도 명동에 마지막을 간 게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명동 거리의 수많은 노점들을 엄청 신기해했다. 먹고싶어하는 것도 같았지만 그건 말렸다. 이런데서 파는 건 비싸구... 우리 밥은 따뜻한 데 가서 먹쟈... 

 

저녁은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다. 간단하게 먹을 걸 찾아 간 곳이었는데 뭔가 첨부터 좀 분위기가 애매했다. 주문 받으러도 안 오고 테이블에 있는 수저통에는 포크만 달랑 하나 있어서 다른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숟가락이랑 포크를 공수해야 했다. 알바생은 포장 상자만 열심히 만들고 있고... 가서 주문해야 하나 해서 메뉴판을 들고 갔더니 그제야 헐레벌떡 물을 가져다 준다. 뭐..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주문하고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 일령이에게 더 맛있는 걸 사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시간 맞춰 공연장으로 가 공연을 무사히 잘 보고-

 

 

 

 

20231201 |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in 명동예술극장)

이런 저런 이유로 공연을 많이 끊었다. 간간이 보는 거라곤 창극단의 공연 정도인데, 이 공연이 다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건 도저히 못 끊겠다 싶어 당장 자리를 잡았다. 조씨고아,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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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이 되었다. 나는 범벅이 된 눈물과 콧물을 해결하려고 화장실로 튀어나갔고, 일령이도 따라 나왔다. 근데 일령이가 그런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눈물이 난거야? 어... 나는.. 다 눈물이 났는뎅..... 하긴, 일령이가 알기엔 너무 심오한(?) 감정들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걱정했다.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2막 후, 다행히 괜찮았다고 했다. 자세한 감상을 나눈 건 아닌데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거면 됐다. 

 

사실 공연 보고 나오자마자 일령이는 자기 관심사에 대해 얘기하기 바빴고, 그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걷다보니 아쉬워서 한 정거장만 더, 한 정거장만 더, 하다가 거의 한 시간을 걸었다. 

 

 

 

 

 

30분은 넘게 걸렸던 것 같은데. 음. 되게 추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춥지도 않았고, 달이 참 밝았고, 밤공기가 좋아서 걷기 좋았다. 

 

일령이가 새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딱 그 첫날 나랑 같이 공연을 봤다며 콘텐츠가 생긴걸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쓰던 다이어리 첫 장을 쓰던 날도 내가 코난 마그넷을 사준 날이라 내 얘기가 써 있다고 했다. 일령이의 다이어리 첫 장을 매번 내가 장식하고 있다니 아주 흐뭇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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