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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https://www.chf.or.kr/)에 들어가면 좋은 정보를 얻을 때가 많다. 챙겨 들르는 곳은 아니었는데 며칠 전 우연히 들어갔다가 경복궁에서 하는 재미있는 행사를 발견했다.
첩종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하는 행사이니 이참에 봐두면 좋을 것 같고. 그래서 친구들을 꼬셨고, 11시 행사를 보는 것을 목표로 경복궁으로 향했다.
행사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미리 갖춰 입은 한복 의상 위에 제각각 편하게 입은 일상복이 재미있었다.
11시 행사가 시작되고 제일 먼저 등장해 인사를 하는 것은 도승지다. 도승지는 시간을 뛰어넘어 관객들과 소통하는 나레이터의 역할이다.
오른쪽에 뒷짐을 지고 왕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도승지다. 감히! 고개를 빳빳이 들고! 도승지는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관객과 소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가보다. 아니 그래도 무엄하게...!
곧 왕과 대신들이 입장하고 마치 연극처럼 진지한 연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니 좀 문제가 심각하다. 왜구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가 4개가 올랐는데 1개로 보고를 했다고요...? 예...?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이거 되게 위험한 상황같은데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바람에 왕이 병판을 좀 혼냈고, 경각심을 갖고 병력을 확인하자는 의미에서 첩종 행사가 시작됐다.
대부분 영상으로 찍어서 사진이 별로 없네. 처음엔 군사들의 진법을 몇 개 보여주고, 그 다음엔 편을 나누어 대결이 이루어진다. 4대 4로 무기를 바꿔가며(언월도, 창, 검 등) 공격을 주고 받는데, 이 부분이 되게 멋있다. 확실히 숙련된 분들의 내공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서로 대결하다 감정이 격해져서 싸움판이 벌어질 뻔 하는 걸 왕이 말리는 식의 연출도 재미있었다. 나는 내심 말리지 말지.. 싶기도 했고 ㅋㅋ 전문성이 느껴지는 대결이라 되게 멋있었는데.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가 있었으니!
이렇게 막 관람객 앞으로 돌아다니는 선전관 역할을 맡은 분이다. 첩종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명부를 들고 다니며 인원을 세는 일을 하는 신하인데, 관람객들 쪽을 빙 돌면서 막 숫자 세는 척을 한다. 그런데 이게 관람객과 소통하며 돌아다니는거라,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외국인들 앞에서도 팬서비스(?)를 막 해준다. 사람드이 사진을 찍으면 포즈도 취해주는데, 우리 앞에선 윙크도 하고 가가지고 ㅋㅋㅋㅋ 아니 어디서 그런 앙큼한 짓을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너무 괜찮은 이벤트였다 ㅋㅋㅋㅋ 진지하게 행사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애교를 떠는 조선시대 선전관님이라니 ㅋㅋㅋㅋㅋ 결국 이 선전관님한테 홀려가지고 2시 행사까지 챙겨 봤다 ㅋㅋㅋ 세상에 ㅋㅋㅋㅋㅋ
사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그냥 나들이 삼아 구경 간 건데 생각보다 너무너무 괜찮았다. 근데 이게 행사 전체에 대한 감상인지 눈 앞에서 우리를 홀리고 간 선전관님에 대한 감상인지 그건 좀 헷갈리긴 한데 ㅋㅋㅋㅋㅋ 행사 전체에 대한 만족도도 좋았으니 그냥 다 좋았던 걸로 하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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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보고 점심 먹으러 갔던 식당도 너무 대만족이라 아주 완벽한 하루가 됐다. 일부러 찾아본 맛집은 줄이 길거나 하필 휴일이라 그냥 눈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들어간 생선구이집이 아주 대박이었다.
경복궁 생선구이 전문점 : 생선구이 소반
일단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시다. 기본 반찬이 다 깔끔하고 맛있어서 중간에 거의 다 먹었는데, 사장님이 반찬이 떨어진 걸 발견하시고는 먼저 챙겨 주셨다. 요즘 이렇게 먼저 챙겨주는 서비스 받아본 적이 있나 싶다. 그리고 우리가 중간에 생선구이 하나를 더 추가해서 밥이 하나 더 나왔는데, (1인 1메뉴라 모든 메인에 밥이 딸려 나옴) 우리는 일단 각자 공깃밥이 하나씩 있는 상태라 밥이 더 필요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바로 딱 테이블을 보시더니 "그럼 밥 말고 음료로 바꿔드릴까요?"라고 물으셨다. 와, 센스. 우린 그냥 밥은 됐어요~ 하고 말려고 했는데 그걸 음료로 바꿔주셨다. 덕분에 콜라 뚱캔을 공짜로 받았다. 너무 좋았다!!!
나중에 다른 테이블에서 고등어와 갈치구이 시킨 걸 봤는데, 와... 이게 정말 찐이었다. 배만 안 불렀다면 바로 더 시켜 먹었을지도 모른다.
음식도 깔끔하고 다 맛있었는데 일단 사장님의 친절함이 근래에 느껴보지 못한 것이라 너무 기분 좋았다. 다음에 경복궁이나 광화문 근처에 가서 뭘 먹을까 고민되면 제일 먼저 후보에 올릴 수 있을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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