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이른 아침부터 온 나라가(서울시만인가?) 떠들썩했다. 흔치 않은 사건이니 기록을 좀 해둘까. 

 

 

 

 

요란한 알림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위급한 상황일거란 걱정보다는 이 시끄러운 소리를 얼른 꺼야겠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찾아 들었다. 일단 팝업으로 뜬 재난문자의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 후에야 덜 뜨인 눈으로 겨우 문자의 내용을 확인했다. 경계경보.. 대피... 어린이와 노약자....?

 

뭔가 심상치 않다. 이제까지 받아 본 재난 문자는 상황을 중계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 당장 대피하라는 건 없었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일이 터진거라는 거지, 지금? 

 

방 밖으로 나가니 엄마도 놀라 휴대폰을 확인하고 계신다. 그리고 바로 TV를 틀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이라고 뭐가 준비되었을 리 없다. 일반 방송 화면에 자막으로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쏘았다는 내용 뿐이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휴대폰으로 네이버에 들어갔다. 이럴 땐 방송보단 온라인이 더 빠르니까. 

 

 

다들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수십 만 명이 몰렸을테니 네이버도 버티기 힘들었겠지. 당장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허허 실소만 나온다.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도 문자를 받았다는 것과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얘기 정도가 전부다.

 

재난 문자가 온 지 10여 분이 흘렀다. 대피하라고만 해 놓고 후속 조치나 안내가 없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면 이렇게 조용해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뭔지 모르겠고.. 나는 좀 더 누워 있을래요. 하고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잠시 후 또 문자가 울린다. 

 

 

ㅎㅎㅎㅎ

오발령이래요. 어이가 없군요. 

 

그리고 하루 종일 잘잘못을 따지느라 시끄럽더라. 우리는 이미 안전불감증 다 걸려버렸는뎅. 어떻게 책임지려궁.

 

 

 


 

 

6월 1일 목요일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났는데 뭔가 이상하다. 눈 앞이 핑핑 도는게 어지러운 거. 이상하다. 이 정도로 어지럼증을 느끼는 일이 드문데. 그래도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까지 다 했는데 몸이 계속 안 좋았다. 어지러운 것에 이어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한다. 이상한데. 이상한데. 생각하며 하던 준비를 마저 한다. 계속 눈 앞은 핑핑 돌고 속은 울렁거린다. 멀미를 하는 기분이다. 토를 하면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은데 일부러 헛구역질을 해봐도 나오는 게 없다. 이제껏 토를 해 본 적이 손에 꼽는지라 일부러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계속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결국 회사에 몸이 좋지 않아 좀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을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환기를 한다고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추워 이불을 끌어다 덮었다. 눈을 감고 한참을 누워 있어다. 두 시간 남짓.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보니 좀 나아진 것 같다. 어지럼증은 거의 가라앉았고 속은 아직 조금 울렁거리지만 토기가 올라오는 정도는 아니라 견딜만 했다.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자체 진단은 체였는데, 병원 의사선생님은 위염이라고 한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진단명이었지만, 뭐, 의사가 그렇다는데. 약국에서 약을 잔뜩 받았다. 식전에 먹어야 하는 위장 보호제와 위장 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들이었다. 식전에 먹어야 한대서 일단 먹었다. 짜먹는 약이 너무 맛이 없었다. 오히려 이거때문에 속이 더 울렁거리는 느낌. 

 

그리고 한시간 후 점심시간. 

회사에 이미 내가 몸이 안 좋다는 소문이 돈 모양이다. 다들 괜찮냐고 묻는데 나는 그새 멀쩡해져서 오히려 민망했다. 사실 그 쯤엔 나는 아침을 굶어서인지 이미 배가 잔뜩 고파져 있었고, 울렁거림도 사라져 뭐든 다 먹어치우고 싶을 뿐이었다.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었고, 나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말린다. 결국 밥과 부드러운 나물만 넣고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간을 했다. 양도 쬐끔만 받았는데 다 먹어도 영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나는 더 먹고 싶었는데 다들 조심하라고 해줘서 아픈사람 코스프레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배가 고프다. 너무 고프다. 꼬르륵 소리가 나고 난리다. 사무실에 간식으로 놓아둔 아몬드가 있는데, 나는 지금 아픈 사람이고, 이런 걸 먹으면 주변에서 또 너무 신경을 써줄 것 같았다. 아몬드는 몰래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아니라 더더욱 그랬다. 결국 퇴근 시간까지 주린 배를 퇴근 시간까지 참아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자마자 눈에 띄는 대로 야금야금 무언갈 먹기 시작했다. 찐감자 한 알을 먹고, 방울토마토를 몇 개 집어 먹고, 당근과 오이도 조금 먹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되어서는 미역국에 밥을 말고, 계란찜에 밥을 비벼 먹었다. 밥 양은 적당히 조절했는데 다른 걸 엄청 먹었다. 엄마는 계속 속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침에 눈 앞이 핑핑 돌던 게 거짓말 같았다. 밥을 그렇게 먹고도 계속 입이 심심해서 결국 야식으로 고추튀각을 잔뜩 먹고(...) 좀 너무했나 싶어서 방울토마토 남은 걸 다 먹었다(..........).

 

다음날 아침. 너무나도 멀쩡하게 잠에서 깼다. 위염보단 급체 쪽이었던 것 같다. 현재, 아주 멀쩡함.

 

 

 

 

 

 

 

반응형
댓글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