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만 보고 맘에 들어 찍어뒀던 책이다. 도서관 갈 때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 큰 맘 먹고 빌려왔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HARD TO BE A GOD
/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보리스 스트루가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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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헝. 근데 잘 모르겠다. 재미있다고는 못 하겠고, 잘 읽힌다거나 쉽다고는 더더욱 못 하겠다. 꾸역꾸역 한참 읽고 나서야 겨우 세계관이 조금 이해됐다. 세계관이라는 게 그리 어렵진 않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아라카나르?)에 파견(?)된 지구인 돈 루마타의 이야기이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몇 세기 뒤처진 봉건사회이고, 인류는 이들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살아가고 있는 상태이다. 근데 잘 읽히지 않아서 좀 대충 읽었다.
이름 앞에 붙는 '돈'은 아마도 귀족에게 주어지는 호칭 같은데, 이 '돈'들 중 일부가 지구에서 온 인간인 것 같다. 다는 아니고. 정체를 숨기고 이 행성에 살며 사회 발전 등을 관찰? 감시?하는 역할인 것 같은데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표현도 나온다) 아무래도 훨씬 발전된 문명에서 온 이들이다 보니 무기나 소재, 기술, 지식 등이 앞서 있어서, 주인공 돈 루마타는 최고의 검술사로 표현되기도 한다. 암튼 소설 속에선 아라카나르 왕국이 결국 무너지고 반란이 일어나고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돈 루마타를 통해 보여준다.
설명 모다겠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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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 사회가 썩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돈 루마타는 이 행성이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을 구해주고, 하지만 결국 왕은 암살당하고, 돈들이 모여 어쩌구 저쩌구 탁상공론도 하고, 돈 루마타도 더는 못 견디고 사랑하는 여인(키라)와 함께 지구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키라가 죽음을 맞고... 그러면서 끝난다. 정리가 이상한데 그냥 내가 기억하려고 남겨놓는 거니까 대충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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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문명 발전 단계(?)가 봉건사회라서 그런가. 서양 옛날 얘기 보는 기분으로 보고 있다가 중간중간 돈 루마타가 지구 얘기를 할 때마다 정신이 좀 난다. 갑자기 히틀러의 이름이 튀어나온다거나, 인류가 이미 경험한 봉건사회 이후의 문명 발전 단계나 흐름을 이야기할 때면 이 이야기가 배경을 그 시대로 삼아 다 아는 것(?)들을 빗대어 표현하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때는 티가 확 난다. 이 작품, 이런 세계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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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인데, 나는 8장부터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이쯤부터 돈 루마타가 행성 토박이가 아닌 지구에서 온 앞선 문명의 인류임을 아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전능한 신으로 여기며 나누는 대화들이 너무 흥미롭다. 살짝 발췌하려다 거의 필사를 해버렸다. 분량이 거의 몇 페이지씩 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교실에서는 목소리들이 섞여 울리는 소리, 합창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국왕 전하는 누구신가? 광채가 나시는 분이다. 장관들은 누구인가? 의심을 모르는 충복들이다…" "… 그리고 신, 우리의 창조주는 이렇게 말했다. '저주하겠노라'. 그리고 저주를 내렸다 … "
이게 학교인가, 루마타가 생각했다. 지혜의 요람. 문화의 대들보가…
히틀러 뒤에는 독점 상인들이 있었다.
정말 이 딱 한 문장이 덩그러니 끼어 있었는데, 보는 순간 나!!! 이거!!!! 책으로 봤는데!!!! 이거!!!!! 하고 계속 찾았다.

찾았다!〔그날의 비밀〕이거다. 너무 오래전에 본 거라 제목과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 안 나고 읽으면서 헙!! 이 기업도? 이 사람도??? 이 인간도?????? 하며 놀랬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 대출 이력 다 뒤지고 뒤져서 겨우 찾았다. 제목도 이렇게 평범할 줄 몰라서 그냥 넘어갈 뻔 했다. 이거 다시 한번 봐야겠다. 충격받았던 느낌만 남아있고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네.
그날의 비밀 | 에리크 뷔야르 - 교보문고
그날의 비밀 |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그날의 이야기!2017년 공쿠르상 수상작 『그날의 비밀』. 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150페이지의 짧은 소설로, 16개의 짤막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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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 지구인이었고, 정보원이었고, 불과 철을 다루는 인류의 후예였다. 위대한 목적이란 기치 아래 자신을 희생하고 자비를 베풀지 않던 인류의 후예였다.
이들(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비관적이었고 탐욕스러웠으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히 환상적으로 이기적이었다. 정신적으로는 이들 대부분이 노예였다. 믿음의 노예, 자기 같은 사람들의 노예, 하잘것없는 욕정의 노예, 탐욕의 노예. 운명의 장난으로 이들 중 누군가가 주인으로 태어나거나 주인이 되더라도 이들은 주어진 자유로 뭘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노예가 되려고 애쓸 것이다. 부의 노예, 부자연스러운 낭비의 노예, 방탕한 친구들의 노예, 자기 노예의 노예. 이들 중 대다수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이들은 너무나 비관적이었으며 너무나 무지했다. 이들의 노예성은 비관과 무지에 기인했다. 그리고 비관과 무지는 다시, 또다시 노예의 기질을 낳았다. 이들 모두가 똑같았더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인간이었다. 이성의 불꽃을 품고 있는 인간이었다. 아주 멀리 있지만, 도래하고야 말 미래의 불씨가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이들 민중 속에서 발하고 타올랐다.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타올랐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박해에도 불구하고. 군홧발에 짓밟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들을 원하지 않고 세상 모든 이가 이들 반대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경멸 섞인 반쪽짜리 동정심만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미래가 자신들 편이라는 것을, 자신들 없이는 미래가 올 수 없다는 걸 몰랐다. 무시무시한 과거의 망령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자신들이 미래의 유일한 현현이라는 것을, 사회라는 유기체의 효소이자 비타민이라는 것을 몰랐다. 이 비타민이 없으면 사회는 부패할 것이다. 괴혈병이 생기고 근육은 쇠약해지고 눈은 초점을 잃고 이는 빠질 것이다. 어떤 국가도 과학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이웃 나라에 점령될 것이다. 예술과 민중 문화가 없다면 국가는 자기비판 능력을 잃고 그릇된 경향들을 부추길 것이다. 매분 매초 위선자들과 인간 말종들을 낳을 것이다. 시민들의 소비지상주의와 자만심을 부추기고 결국에는 더 현명한 이웃 나라에 희생될 것이다. 얼마든지 식자들을 박해하고 과학을 금하고 예술을 말살할 수 있겠으나, 결국에는 이를 갈며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권력을 사랑하는 멍청하고 무식한 자들이 그토록 증오하던 모든 것에 길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력의 편에 있는 이 회색 인간들이 아무리 지식을 경멸한다 해도 이들은 역사적 실재를 절대 거스를 수 없다. 늦출 수야 있겠지만, 멈출 수는 없다. 이들은 지식을 경멸하고 두려워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지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결국 대학과 과학계를 허가해야 하고 연구소와 관측소, 실험실을 지어야 하며 생각과 지식이 있는 인간을, 통제에서 벗어난 인간을, 전혀 다른 심리 상태의 인간을, 전혀 다른 것을 요구하는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인간들은 과거의 저급한 물욕이나 뒷소리, 덜떨어진 자기만족, 그리고 지독하게 평면적인 욕구만 있는 환경에서는 기능하지 못할뿐더러 존재할 수도 없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이,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인식이 가능하며 창조적 긴장감이 팽배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작가와 화가, 작곡가가 필요하다. 권력의 편에 있는 회색 인간들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 고집을 부리다가는 권력 다툼에서 더 영리한 적수에 의해 제거될 것이고, 양보하더라도 모순되지만 필연적으로 의도와는 달리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무지한 이기주의자와 광신도들에게는 모든 방면의 민중 문화 발전이─순수과학 연구에서 위대한 음악을 즐기는 능력까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유례없는 과학 발전과 그에 동반되는 광범위한 지적 발전에 의한 사회적 지각변동의 시대가 올 것이다. 회색성은 잔인함 면에서는 인류를 중세로 돌려놓는 마지막 전투에 나서고 패배할 것이며 그 실재적인 힘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당신은 돈 루마타가 아닙니다." 돈 레바가 선언했다. "당신은 참칭자입니다."
"(중략)당신들은 어째서 체념한 채 자신을 무시하고 감옥에 가두고 불태워 죽이도록 놔두는 겁니까? 왜 당신들은 인생의 의미를, 그러니까 지식을 쌓는 행위를 실질적인 삶의 요구와, 그러니까 악에 대항하는 싸움과 별개로 생각하는 겁니까?"
부다흐는 파이가 담겨 있던 빈 그릇을 밀어 놓았다.
"이상한 질문을 하시는구려, 돈 루마타." 그가 말했다.
"재미있게도 돈 구그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소. 우리 이루칸 공의 시종장 말이오. 그와 아는 사이입니까? 그럴 것 같았소. 악과 싸운다, 라니! 그런데 악이 도대체 뭡니까? 다들 꽤나 제멋대로 그 말을 이해하오. 우리 같은 학자들에게는 무지가 악이지만, 교회에서는 무지가 축복이라고, 모든 악은 지식에서 나온다고 가르치지요. 농부에게는 세와 가뭄이 악이지만, 빵 가게 주인에게 가뭄은 선이오. 노예에게는 술에 취한 악랄한 주인이 악이고 수공업자에게는 탐욕스러운 고리대금업자가 악이오. 상황이 이런데, 어떤 악에 맞서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 돈 루마타?" 그는 우울하게 청자들을 바라봤다.
"악은 없앨 수 없소. 그 누구도 세상에서 악의 총량을 줄일 수 없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운명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건 언제나 타인의 운명을 타락시킴으로써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왕은 늘 있을 겁니다. 더, 혹은 덜 잔혹한 왕이 있을 것이고 더, 혹은 덜 야만스러운 남작들이 있을 것이고 무지한 민중이, 자신을 억압하는 자들은 경외하고 자신을 해방시켜주는 자들은 증오하는 민중이 늘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건, 노예가 아주 잔혹한 주인일지라도 자유를 주는 해방자보다 자기 주인을 훨씬 더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예가 주인의 입장을 너무나 잘 이해해 줍니다. 반면 사사로운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해방자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인간이 이렇소, 돈 루마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고."
"(중략) 그러니까 어쨌든 박사께서 전능한 신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요? 그러니까 박사 생각엔, 이제 세상이 선하고 좋군, 이라고 말하려면 전능한 신이 뭘 해야 합니까?"
부다흐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손을 배에 올렸다. 키라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
"글쎄, 어디 봅시다. 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소. 〈창조주여, 저는 당신의 계획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사람들을 선하고 행복하게 만들 생각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걸 원해 주소서! 그걸 이루기란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에게 충분한 빵과 고기와 포도주를 주소서. 그들에게 집과 옷을 주소서. 배고픔과 탐욕이 사라지게 해 주소서.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모든 것을 없애 주소서.〉"
"끝입니까?" 루마타가 물었다.
"이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소?"
루마타가 고개를 저었다.
"신은 당신에게 이렇게 답할 겁니다. 〈그렇게 해도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희 세상에서는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에게서 내가 준 것을 앗아 갈 테고, 약한 자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참할 것이다.〉"
"신에게 약한 자들을 보호해 달라고 빌겠소. 〈잔혹한 통치자들을 계몽시켜 주소서.〉 이렇게 말할 거요."
"잔혹함이 곧 힘입니다. 잔혹함을 없애면 통치자들이 힘을 잃겠지요. 그러면 또 다른 잔혹한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고요."
부다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잔혹한 자들을 벌하소서."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에게 잔혹하게 굴지 못하도록 해 주소서."
"사람은 야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주위에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을 때 강한 존재가 되지요. 강하고 잔혹한 자가 벌을 받게 되면 약한 자들 중 강한 자들이 그 자리를 메꿀 겁니다. 역시 잔혹한 자들이 말힙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모든 인간을 벌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이 더 잘 알겠지요. 전능한 신이시여. 그러면 그냥 사람들이 모든 것을 받고, 당신이 그들에게 준 것을 서로 빼앗지 못하게 해 주소서."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루마타가 한숨을 쉬었다. "노동하지 않아도 전부 공짜로 받을 수 있게 되면 사람은 노동을 잊고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을 것이고, 내가 앞으로 평생 먹여 주고 입혀 줘야 하는 가축으로 변할 겁니다."
"인간들에게 한꺼번에 주지 않으면 되잖습니까!" 부다흐가 열정적으로 말했다. "조금씩, 순차적으로 주소서!"
"순차적으로는 인간들 스스로도 필요한 걸 손에 넣을 겁니다."
부다흐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군.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겠소. 왜인지 이전에는 그런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소... 우리가 모든 방면을 다 검토해 본 것 같군. 그런데," 그가 몸을 내밀었다.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겠소. 인간들이 무엇보다 노동과 지식을 사랑하도록 하는 거요. 노동과 지식이 삶의 유일한 의미가 되도록!"
'그래, 그건 우리도 시도해 보려고 했었다.' 루마타가 생각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최면 감응,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재도덕화. 석 대의 적도 위성에서 시도하는 정신 교란… '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루마타가 말했다. "하지만 인류에게서 역사를 빼앗을 필요가 있을까요? 한 인류를 다른 인류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한 인류를 땅에서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류를 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부다흐는 이마를 찌푸리고는 생각에 잠겨 말이 없었다. 루마타가 기다렸다. 창 너머 수레차가 우울하게 끽끽대며 지나갔다. 부다흐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맙소사. 저희를 땅에서 제거하고 더 완전한 인류를 창조하시지요… 아니면 저희를 내버려 두고 알아서 살도록 하는 게 더 좋겠나이다."
"나는 동정심 때문에" 루마타가 천천히 말했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루마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적처럼 헬기로 구조된 후 아라타는 끈질기게 설명을 요구했다. 루마타는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해 보려 노력했다. 밤하늘에서 지구의 태양을 보여 주기도 했다. 아주 작게 겨우 보이는 별을 말이다. 그러나 이 폭동자가 이해한 건 망할 성직자들이 옳았으며 하늘 저편에 실제로 신들이, 선하고 전능한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루마타와 대화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얘기를 했다. 신이시여, 당신이 정녕 존재한다면 당신의 힘을 나에게 주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하지요."
"아니요. 그 얘기를 할 겁니다. 나는 당신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기도한 적 없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내게 왔단 말입니다. 당신에게는 그저 심심풀이였던 겁니까?"
신이 되기란 힘들군, 루마타가 생각했다. 그가 참을성 있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요. 나는 내가 신이 아니라고 스무 번은 설명해 줬소. 그런데 당신은 믿지 않았지. 그러니 당신은 내가 어째서 당신에게 무기를 줄 수 없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거요."
"당신은 번개를 다룰 수 있습니까?"
"당신에게 번개를 줄 수 없소."
"그 대답도 벌써 스무 번째입니다." 아라타가 말했다. "이제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요."
"시도는 해 보시지요."
"번개로 뭘 할 생각이오?"
"금을 휘감은 개자식들을 지져 버릴 겁니다. 진드기 잡듯이.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저주받을 종족을 12대손까지 멸할 겁니다. 이 땅에서 그들의 성을 밀어 버릴 겁니다. 그들의 군대와 그들이 지키고 지지하는 이들을 다 태워 버릴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의 번개는 좋은 일에만 쓰일 테니까요. 이 땅에 자유인이 된 노예만 남고 평화가 찾아오거든 당신의 번개를 돌려드리고 다시는 그걸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중략)
"안 되오." 루마타가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번개를 주지 않을 거요. 그건 실수가 될 테니. 날 믿으려 노력해 보시오. 나는 당신보다 더 멀리 내다보오…" (아라타는 머리를 떨구고 그의 말을 들었다.) 루마타가 주먹을 꼭 쥐었다. "당신에게 번개를 줬다가 벌어질 수 있는 일을 하나만 생각해 봅시다. 더 거대한 여파와 비교하면 보잘것없지만, 그렇기에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 거요. 당신은 생명력이 강합니다, 영광스러운 아라타, 하지만 당신 역시 필멸자지요. 당신이 죽고 번개가 다른 이들의 손으로 넘어가면, 당신만큼 순수하지 않은 자들에게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기도 두렵소. 그게 어떤 결말을 초래할지…"
(중략)
그는 자신이 옳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옳기 때문에 그는 아라타 앞에서 작아졌다. 아라타는 어떤 면에서는 분명 루마타보다 나은 인물이다. 루마타 자신을 비롯해,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 행성에 와서 무력한 동정심에 가득 차 이곳 상황이 무서운 속도로 과열되는 현상을, 무정한 가설들의 의미 없는 가치와 이곳에선 생소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관찰하는 자들보다 낫다. 루마타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잃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다시 말해, 선이 지배하는 우리의 세계에서 우리는 아라타보다 한없이 강하고 악이 지배하는 아라타의 세계에서 우리는 그보다 한없이 약하다고…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아라타가 불쑥 말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십시오. 당신은 우리에게 해만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소. 적어도 우리는 아무도 해치지 않소."
루마타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해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희망을 불어넣고 있지 않습니까… "
"누구에게 말이오?"
"나한테요. 당신은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듭니다, 돈 루마타. 예전에 나는 나 자신만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뒤에 당신의 힘이 있음을 느낍니다. 전에는 싸울 때마다 마지막처럼 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결정적인 싸움을 염두에 두고 몸을 사리고 있더군요. 왜냐하면 당신이 그 싸움에 참여할 거니까… 이곳을 떠나십시오, 돈 루마타. 원래 있던 곳으로, 하늘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가진 번개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아니면 당신의 그 철로 만든 새라도… 그것도 안 된다면 당신이 직접 검을 뽑고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중략)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루마타가 생각했다. '너는 아직 너 자신만이 패배할 운명이라며 위안을 삼지. 너는 네가 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가망이 없는지 아직 모른다. 너는 네 병사들 밖에만 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도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너는 어쩌면 기사단을 무찌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농민봉기의 흐름이 너를 아라카나르의 왕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너는 귀족들의 성을 밀어 버리고 남작들을 해협에 던져 죽일 것이다. 봉기한 민중은 너에게 온갖 명예를 안겨 줄 것이다. 위대한 해방자에게 그러하듯. 그리고 너는 선하고 지혜롭겠지. 네 왕국에서 유일하게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그러다가 너는 전우들에게 땅을 나눠주기 시작하고. 그런데 농노가 없으면 땅이 있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럼 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다. 네가 제명에 죽으면 다행이고, 어제의 신뢰하던 병사들 중에 새로운 백작과 남작이 나타나는 걸 보지 못하면 다행이다. 이미 그런 역사가 있었다, 나의 명예로운 아라타. 지구에서도, 네 행성에서도.'
우리는 복잡하고 모순되고 의뭉스러운 우리의 독수리 돈 레바를 리슐리외 추기경, 네케르, 도쿠가와 이에야스, 멍크와 같은 줄에 끼워 넣으려고 공연히 애를 쓰며 골머리를 썩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하찮은 잡배에 멍청이로 판명 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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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인지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가 에필로그에서부터 제대로 당황했다. 아마도 세 명의 소꼽친구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름이 자꾸 바뀌고, 다른 사람인가 싶어서 보면 주석으로 애칭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러시아 이름 애칭이 서너개씩 되는 거 너무해 ㅠ0ㅠ 아직도 그 친구들이 세 명인지 네 명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세 명... 맞지? 맞다고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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