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재밌다 그래서 빌려왔는데 단편이었엉... 나 단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법의 체면 / 도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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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따라 단편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장편이 들어맞는 경우도 있는데, 도진기는 내 생각엔 장편이 더 잘 어울리는 작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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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체면
이건 도진기 전문분야. 법정&추리물이라 괜찮았다. 음주운전 피의자의 선고 장면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갑자기 강도 살인 장면으로 넘어아고, 장물 취득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이 대법에 항소를 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개연성 없어보이는 몇 개의 사건이 나열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빠밤, 막판에 가서 모든 조각이 하나로 맞춰질 때의 (약간의) 쾌감. 법의 허점과 법의 체면을 동시에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장물 취득으로 유죄를 받은 인물이 사실은 강도 살인의 범인이었고 그걸 직접 밝히기까지 하는데, 이 강도 살인 날짜가 장물 취득일과 같아 진짜 죄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장물 취득은 일종의 알리바이로 꾸며낸 것이었고. 그리고 그 강도 살인의 피해자는 첫 부분에 등장했던 음주운전 피의자였다는 이야기.
법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들에게는 법의 체면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당신의 천국
이건 별로 재미 없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 변호사 사무실에 와서는 상담을 받는데, 구구절절 사연(막장 드라마를 썼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자기 드라마를 비난하고, 음란물로 고발을 당해서 경찰 조사도 받고 어쩌고 저쩌고) 끝에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죽이려고 하는 인물이 바로 그 상담 중인 변호사였던 것. 구구절절 사연이 좀 어설프게 느껴져서 재미 없었다.
미웠어요. 그 '위대한 정신'이, '거룩함'이.
도덕이라는 시시한 물건을 강매하는 깡패에 불과한 자식이.
그러면서도 끝끝내 내건 그 고상한 가면이! 그 위선이!
위대한 정신은 분명 내 삶을 짓누르는 실재였지만, 추상적인 존재였어요.
너무너무 역겹고 밉지만 죽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간을 택했어요.
그 고상한 정신을 상징하는 훌륭한 인간이신 선생님을요.
완전범죄
이건 좀 흥미로웠다. 사건 자체보다는 법의 관점에서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이렇게 결과가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줘서. 뇌출혈로 인한 죽음이라는 결과를 놓고 방조냐, 부작위 또는 무위냐, 혹은 어떻게 하든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느냐에 따라 법적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수 있었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혐오'로 마무리된다. 판사라는 한 인간의 개인적 '혐오'가 판결을 판가름한 셈이다. 오호. 요건 또 첨 보는 방식이네?
범죄는 들키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것이랄까.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다가 눈으로 보는 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잡히지 않으면 범죄도 없다.
'살인'이 있었다. 하지만 범인을 모른다. 누가, 왜 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나는, 나만은 알고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하지만 고발할 수 없다.
애니
여기서부터 장르가 달라진다. 작가가 원래 SF를 좋아했다고 한다. 꿈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박사의 실험 대상이 된 주인공. 사랑을 주제로 한 꿈을 꾸는데,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상대(애니)가 돌변한다. 알고 보니 자아가 생긴 프로글램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나야!를 외치며 주체인 인간을 살해하려고 한 것. 주인공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프로그램 칩도 파괴된다. 파괴 방법은 전기 충격기. 뭐. 그런 내용.
행복한 남자
한 남자의 연애 기록이다. 날짜별로, 아마도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것 같은데, 뭐어... 별로 할 말 없음. 도진기 작가가 그리는 이성관계나 연애, 로맨스는 좀 촌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컨트롤 엑스
공간 이동을 가능케 한 박사와 인체 실험 대상자가 된 마약사범의 이야기. 긍까 공간 이동 가능한 장치가 있는데 그걸 다루는 명령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컨트롤씨, 컨트롤브이, 그리고 컨트롤엑스. 처음엔 컨트롤엑스로 잘래내서 컨트롤브이로 붙이니까 원본에서 원본으로의 이동?을 성공했고, 다음엔 컨트롤씨+컨트롤브이 하니까 원본은 고대로 있고 새로운 복제본이 더해진다. 그래서 이 복제본이 자신은 모든 게 똑같은데 원본이 아니라 복제본이라니.. 하는 혼란을 잠깐 겪긴 하는데 금세 현실이 정리되면서(원본의 사망으로 마약사범이었던 자신의 문제가 해결됨) 받아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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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룩후룩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단편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 나는 도진기 작가의 장편이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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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랜만에 찾은 오탈자

하지만 이건 상대보다 조금만 나으면 이기면 이기는 민사재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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