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미있게 잘 읽고 있었는데, 중간에 이런 저런 이유로 좀 게으름을 부렸더니 어느새 반납일이 되었다. 며칠 연체하면 다 볼 수 있을 정도이긴 하다. 하지만 과감하게 포기하고, 반납 후 다시 빌리는 것을 택했다. 읽다 보니까 이거 끊어 읽으면 안 되겠더라고. 다시 펼치면 어... 이게.... 무슨 말이더라... 무슨 얘길... 누구 얘기더라.... 하게 돼서. 근데 한 번 빠지면 진짜 확 몰입이 되어서, 이거는 언제 날 잡고 한번에 다 읽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은 반납.
타임 퀘이크 TIME QUAKE
/ 커트 보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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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발췌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한 가장 유명한 말은 "대부분의 사람은 조용한 좌절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물과 공기와 지구 표면을 오염시키고, 산업과 군사 분야에서 더욱 교활한 종말 장치들을 끝없이 만들어내더라도 조금도 신기할 게 없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한번쯤은 완전히 솔직해지자. 사실 우리에게는 세상의 종말이 아무리 빨리 와도 시원치 않다.
단편소설 「B-36의 자매들」
젊은 부부 사람들은 스위치를 켜서 온갖 화려한 쓰레기들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기에 더이상 상상력 계발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인쇄된 종이나 그림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찌 이렇게 단순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중략)
새로운 부부 세대는 상상력 없이 성장했다. 권태를 벗어나려는 그들의 오락 취향은 님님이 그들에게 팔고 있는 모든 쓰레기가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왜 안 그랬겠는가? 빌어먹을.
상상력이 없으니 선조들이 했던 일, 곧 서로의 얼굴에서 흥미롭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일어내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킬고어 트라우트에 따르면 "부부 사람들은 은하계 민족 중에서 가장 무자비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그때 모든 것이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느님은 하느님 당신과 사탄의 아름다운 축소물인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후 풀어두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셨습니다."
트라우트가 말했다.
"에덴동산이 콜로세움과 로마 원형극장 경기들의 원조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트라우트가 말했다.
"사탄은하느님이 하신 일은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었지요. 그녀는 최소한 하느님의 작은 노리개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있었습니다. 사탄은 하느님이 할 수 없는 것을 보기 시자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지루하거나 몹시 놀랍거나 둘 중의 하나였지요. 그래서 그녀는 사과 한 알에다 최소한의 권태라도 해소해줄 온갖 종류의 생각들을 집어넣었습니다. 여컨대 카드나 주사위 게임 규칙이나, 섹스하는 방법이나, 맥주와 와인과 위스키 제조법이나, 피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약초 그림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진짜 미치는 법, 진짜 섹시해지는 법이 담긴 설명서 따위도 넣고요. 게대가 발끝이 채이면 불경스러운 말을 내뿜는 방법도 말이죠.
사탄은 뱀을 시켜 이브에게 그 사과를 주었습니다. 이브는 한입을 베어물고 나서 아담에게 건넸지요. 다암도 한입 베어물었고, 그 다음에 둘이 섹스를 했죠."
(중략)
"사탄은 그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을 끝맺었다. "게다가 어쩌면 치명적 부작용을 유발하는 특효약을 개발하고자 했던 사탄의 이력은 오늘날 가장 저명한 제약회사들의 이력에 비하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닙니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과 절약의 법칙(Law of Parsimony)은 어떤 현상에 대해 똑같은 결과를 낳는 두 개의 이론이 경합할 때 단순하고 명료한 설명이 우선한다는 논리학의 명제다.
Schadenfreude(샤덴프로이트).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만족감'을 뜻한다. 보니것은 여기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패러디하고 있다.
"태양계에는 어떤 행성이 하나 있는데, 이 행성 사람들은 하도 멍청해서 백만 년 동안이나 이 행성의 또다른 절반에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들은 오백 년 전까지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불과 오백 년 전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른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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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 소재 하나하나가 이렇게 주옥같고 신랄하고 유쾌할 수가 없었다. 되게 고차원적인 스탠딩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 커트 보니것 진짜 천재인 것 같다.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데 그게 다 까는 거다. 소설이라는데 현실을 엄청나게 꼬집고 있다. 그러면서 유머는 잃지 않고, 그 근거 또한 탄탄하며, 희화화도 유치하지 않다. 아 진짜 너무 대단한 사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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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타임 퀘이크는 다시 빌려서 꼭 보기. 책 구매까지도 진지하게 고려중이다. 〔제5도살장〕은 두 번이나 읽고도 아리송하지만 좋은 느낌으로 남은 책이었는데, 〔타임 퀘이크〕는 그냥 첨부터 막 너무 재미있다. 이쯤되면 〔고양이 요람〕은 당연히 좋을 것 같아서 읽지도 않았는데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설레고 난리도 아니다. 어떡하지. 이럴 수가 있나. 아, 커트 보니것. 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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