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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7 | 조선 변호사 홍랑 / 정명섭

카랑_ 2026. 4. 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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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닿는 대로 가져 온 정명섭 작가의 책

 

조선변호사 홍랑 / 정명섭

 

(책상 먼지 좀 닦고 찍을걸......)

 

 

억울한 송사에 휘말려 아버지를 잃은 소녀 홍랑이 든든한 지원군 금용, 조력자 덕환과 고단, 그리고 구윤호와 함께 억울한 이들을 돕는 외지부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빌려왔고, 역시나 가볍게 술술 잘 읽히는 이야기였다. 이번엔 사건 수사나 추리보다는 논리와 말빨로 승부하는 조선시대의 변호사 "외지부"가 주인공이라 긴장감이 넘치는 것은 아닌데, 이게 은근히 되게 매력있었다. 

 

 

분량이 많지 않아 별다른 사건 없이 홍랑의 이야기 위주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건들이 나온다.

 

초반부는 홍랑의 집안에 들이닥친 노비 관련 사건을 이야기하며 조선시대에는 소송을, 재판을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 전달하는 역사적 사실 기반의 정보가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끝내 이 송사에서 이기지 못하고, 그 여파로 아버지는 죽고 노비는 빼앗기고 가족은 흩어지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홍랑은 본격적인 외지부(변호사) 활동에 나서게 되고, 홍랑의 억울한 사정을 알게 된 금용이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금용은 기생 출신으로 양반의 첩이 된 인물인데, 그 역시 억울한 사정이 있었고, 그래서 홍랑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다는 비하인드도 있다. 금용이라는 인물은 <규방부인정탐기>에 나오는 인물들과 비슷한 결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쭉 살피다 이렇게 비슷한 설정의 인물들을 만나게 되면 그게 또 굉장히 반갑다. 

 

홍랑이 변호하는 사건들

명약을 만드는 노비 비질금 쟁탈전 / 왜국에 끌려간 손녀를 구해온 김원진 / 남편과 자식을 찾으러 온 왜국 여인 아마이 / 옥바라지와 삼년상을 치른 첩, 최아지의 포상 취소 건(요건 안타깝게 항소포기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렇게 됨) / 한훤덕의 죽음 / 부가이 속량 건 

 

큰 건을 해결하는 사이사이 작게 끼어드는 사건들을 같이 해결해나가는 식인데, 그래서 그런가 늘어지는 것 없이 빡빡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사건도 다양해서 지루할 새가 없다. 

 

 

피해자들이 모두 약자라는 점에서 마음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작가가 일관되게 이런 설정을 쓰는 게 참 좋기도 하고. 

 

 

고증이 철저한 것도 너무 좋다. 사건과 관련해서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것들도 너무 좋고. 종부법이니 종모법이니 하는 거, 들어는 봤지만 그 개념과 정립 과정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사라질 당시 비질금은 예닐곱 살이라고 했습니다. 아마 부모가 노비여서 자식도 노비였겠지요?"
"어미가 노비였을 겁니다. 아비가 양인이라고 해도 어미의 신분에 따라 자식의 신분이 결정되니까요."
"아니, 세상 모든 일은 남자가 우선이면서 왜 이런 건 여자가 먼저랍니까?"
고단이가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리자 덕환이 대답했다.
"예전에는 아비의 신분에 따라 결정되었지. 그걸 종부법(從父法)이라고 불렀어."
"그런데 왜 바뀐 건가요?"
"자식이 노비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어미가 거짓말을 하면서부터였지. 남편과 낳은 자식이 아니라 양인의 자식이라고 말이야. 아비가 양인이니까 자연스럽게 자식도 양인이 되는 거지. 비록 어미는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랑 놀아났다는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말이야."
"저 같아도 그런 방법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자식이 노비가 되지 않는데 어미의 체면 따위가 대수겠습니까?"
고단이의 얘기를 들은 덕환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노비들의 주인인 사대부가 들고일어나서 결국은 어미의 신분이 자식에게 이어지는 종모법(從母法)으로 바뀌었지. 세상은 결코 약한 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 심지어 법조차 말이야."



그리고 당시 사회적 통념 상 여성이 겪는 억울함도 참 잘 짚어준다.


"조정에서 최아지를 특별하게 생각한 것은 그녀가 첩이면서도 정절을 지켰기 때문일세. 그런데 재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취소한 건 합리적인 결정이야."
"그게 어떻게 합리적이라는 얘기입니까? 남편이 처형당하고 본처에게 빈손으로 쫓겨났는데 어찌 정절을 운운할 수 있는 건가요?"
"조정에서 원하는 건 사례일세."
"사례요?"
"그래, 남편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정절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는 사례 말이야. 남편과 시아버지, 자식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걸거나 인생을 버리는 결정을 하도록 말이야."
"여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요?"
홍랑의 반박에 구윤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두가 그걸 원하니까. 여인들만 빼고."
"그래서 고소를 하려고 합니다. 여인들이 원하지 않으니까요."

 

 

 

여기선 구윤호도 참 귀엽다. 정의롭기도 하고, 홍랑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구윤호는 홍랑의 단호한 대답에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찻잔을 닦는 다모를 힐끔 바라본 다음 작게 말했다.
"나는 자네가 고소하는 걸 막고 호통을 친 걸로 하지. 하지만 그걸 듣지 않고 고소한 것이고 말이야."

 

 

전체적으로 순한 맛 착한 맛 억울함을 풀어주는 멋진 사람들! 이런 느낌인데, 마지막에 잠깐 보여주는 최대 빌런 송철의 처리(?) 부분은 상당히 수위가 세다. 오호..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무서운 사람들... 하지만 그럴만 하다. 그래도 싸다.

 

 

쉽고 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게다가 담긴 이야기들의 역사적 기록이나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떡밥 회수도 잘 한다. 크게 기대 안 했는데 되게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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