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251011 | 절창 / 구병모

카랑_ 2025. 10.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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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사연이 참 많은 책이다. 

이걸 어쩌다 보게 되었느냐 하면...

 

남원에 가야 할 일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오가는 시간만 무려 5시간. (가는 거 2시간+오는 거 3시간)

책이 필수였다. 그래서 이 때 읽으려고 내가 어? 미리 《장미의 이름 (상)》을 다 읽구, 기차에서 《장미의 이름 (하)》를 읽으려고 딱 맞춰 놨었단 말이지? 전날 상권 마지막장을 딱 덮고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에 하권을 챙겨 넣었단 말이야. 

 

기차에 타서 이제 책 읽어야지~ 하고 책을 꺼냈는데. 어? 예? 왜 상권이에요? 나 하권 읽어야 되는데??? 나 상권 어제 밤에 다 끝냈는데???? 나는 하권 읽어야 되는데???????????

 

다 읽은 책을 책상 위에 두고, 하권 챙긴다고 하면서 책상 위에 있던 상권을 다시 챙겨 온 것이었다. 허허. 허허허허허.

 

넋 놓고 기차에서 2시간을 흘려 보냈다. 볼 게 없으니까. 상권을 다시 읽을까 싶어 처음 몇 장을 다시 읽기도 했었는데, 이게 다 뭐하는 짓이야 나는 하권 읽어야 된다고 ㅠ0ㅠ 하권이 궁금해 미치겠는데 내가 왜 겨우 다 읽은 상권을 다시 읽어야 해 ㅠ0ㅠ 이렇게 돼서 그것도 때려 치움. 그냥 2시간을 멍하니 아무것도 못하고 왔다. 

 

그 와중에 생각했지. 남원에 가면! 비는 시간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자!!!! 사버리자!!! 하권을 읽고야 말겠다는 강한 집념! 의지! 

 

그래서 남원 서점을 열심히 찾았고, 이동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몇 군데의 서점을 찾았다. 

 

 

 

대강 이런 루트였다

 

비본책방

북카페였다. 책이 있긴 했는데 많은 수량은 아니었고, 내가 찾는 책은 없었음. 거기서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아무거나 살까 싶었는데 다른 서점에는 혹시 장미의 이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여기서 섣불리 책을 살 수가 없었다. 일순위는 무조건 장미의 이름이었으니까. 있으면 그걸 꼭 사서라도 봐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으니까. 

 

진서점

서점이란 이름을 보고 기대했는데 문제집 위주여서 책이 거의 없었다. 들어갔을 땐 사장님이 매우 곤히 주무시고 계셔서 혼자 조용히 둘러보고 나왔다. 아마 손님이 왔던 것도 모르실걸. 

 

성지서림

그나마 소설책이 있는 서점이었다. 왠지 장미의 이름도 있을법한 분위기라 찾아보다가, 사장님께도 여쭤봤는데 그건 없다고 하셨다. 여기가 마지막 희망이라 장미의 이름이 없으면 다른 거라도 사야만 했다. 다행히 이날 갔던 책 파는 곳들 중에선 종류가 제일 많았고, 그래서 둘러보다 구병모의 《절창》을 발견했다. 이거 요즘 많이들 보는 것 같던데? 싶어서 골라들었다. 

 

그렇게 내게 온 책이었다. 아주 기묘한 인연으로. 

책을 사서 보는 편이 아닌 내가 살 수 밖에 없었던 책. 

 

 

절창 / 구병모 

 

불호입니다. 아주 불호입니다. 

 

 

꾸밈만 많고 알맹이가 없다. 거창하게 마음을 읽네 어쩌네 하는 멋드러진 말로 홍보를 해놨는데 들여다 보면 어설픈 로맨스와 판타지에 별 감흥 없는 반전 같은 것들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관계들을 버무려 놓은 속 빈 강정이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 

 

 

스포입니다. 

 

재벌가 혼외자 문오언 되게 그럴듯하게 설정해놓고 상대는 고아원에서 자란 "예쁜" "어린" 여자다. 이 여자는 상처에 닿으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걸 알게 된 문오언이 이 여자를 이용한다. 가둬 놓고 자기 필요한 데 쓰는 거지. 감금. 아주 흥미로운 소재다. 소설 속에서 통용되는 이 여자에 대한 호칭은 '아가씨'. 이름이 나왔던가? 모르겠다. 못 본 것 같다. 끝까지 미스테리한 존재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아가씨를 데리고 결국 문오언이 하는 일이란 게 못된 짓이라, 아가씨는 문오언이 너무 싫었대요. 근데 문오언은 아가씨를 감싸고 아련한 감정도 품고, 그 와중에 네가 허락하지 않으면 너를 범하지 않는다 하고. 아이고. 문오언이 내 마음을 읽어달라 애걸하는데 아가씨는 싫대요. 문오언 마음은 절대 안 읽겠대요. 그런데 가끔 곁에 가서 잠은 자고. 뭐. 네.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감금 생활을 하고, 범죄에 이용되는 아가씨를 구해내기 위한 외부 인력이 투입되는 사건도 벌어지고, 뭐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반전도 생기고. 아무튼 그러면서 아가씨를 구해 나오는데 문오언까지 딸려 나왔다가, 문오언이 일부러 사고를 내는데 아가씨를 보호하기 위해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에 치명적인 방향으로 핸들을 꺾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문오언에게 결국 손을 대고야 마는 아가씨. 그 아가씨는 과연 무엇을 읽었을 것인가...! 

 

뭐 이런 얘기다. 혹시 너무 스포인가? 모르겠다. 

 

 

알맹이가 뭔데 도대체?

 

 

돈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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