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알록달록해서 눈에 띄었다. 별로 선호하는 표지 디자인도 아니었고, 제목도 너무 가벼워보였는데 이상하게 손길이 갔다. 희한하네. 그냥 가볍게 한번 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이거 의외로 가볍지 않다. 오호.
시간을 팝니다, T마켓
w. 페르난도 트리야스 데 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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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간단하다. 조그만 통에 5분짜리 시간을 담아 팔았는데 대박이 난다. 사람들이 이건 내가 돈 주고 산 내 자유의 값이라고 하며 5분을 아주 개인적으로 알차게 사용한다. 그래서 다음엔 2시간, 1주일, 35년인가. 아무튼 이런 식으로 점점 긴 시간을 담아 파는 거야. 근데 이게 또 사기인가 아니인가 애매한게, 시간을 허투루 담는 것도 아니고 시계 앞에 빈 통 두고 5분 딱 재서 뚜껑 닫고, 1주일치 시간을 딱 재서 밀봉하고 이런 식이다. 이러면 진짜 시간이 담기나...? 싶게 홀린다. 그리고 이거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게 특허도 내고 판매 허가도 받고 다 절차를 밟은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담아 파는 것이 나중에 국가적, 체제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가까지 가는 제법 거대한 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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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경제학자래요. 그래서 단순한 우화 이상의 어떤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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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이 생각났는데 역자 후기에선가. 역시 비슷하게 비유를 하고 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나 봉이 김선달 얘기 주워 들은것만 알지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다. 봉이 김선달 얘기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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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취향이 아니라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내용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봤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해요.
TC는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서 충전한 5분짜리 플라스크, 그다음에는 두 시간짜리 상자, 그 다음으로는 1주일짜리 큐브, 그리고 뒤이어 35년짜리 컨테이너로 세계에서 가장 선진국이었던 나라의 지배적인 자유 경제체제를 무너뜨리고 끝장내 버렸다.
재계에서는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아직 T가 있을 때 정부에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말을 듣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아직 두 시간짜리 상자를 팔 때, 아직 상황의 방향 전환이 가능했을 때 정부에 더 압력을 넣지 않았던 걸 한탄했다. 국민들은 이제 자기 T의 주인이었고 어떤 해결책도 없었다.
다시 에리히 프롬을 인용하면, 그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에서 인간의 '개인화' 과정이 어떻게 고독감을 수반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런 고독감은 다른 사람이나 창조적인 활동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인간은 무분별한 소비나, 국가, 교회, 파시즘이 주도하는 전체주의 체제의 손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자유를 누리되, 자유에 의미를 부여하자. 우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되, 이를 찾는 공식도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빼앗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간에게 사랑과 인류애, 영성, 협력, 연대와 다른 이에 대한 도움을 표현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 점을 잊는 체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독자여,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가 프로도에게 말했듯,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변화는 각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여러분의 시간 역시 여러분의 것이며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이를 준수하고 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다시 한번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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