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갔는데 이게 딱 눈에 띄었다. 이번엔 너다.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 박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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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이 독특하다. 면접 장면을 희곡처럼 대사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서술되기도 하고, 상황이나 분위기를 지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신기하구만, 생각하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부터는 또 시간에 따른 이야기의 형식으로 바뀐다. 뭔 소리냐 싶은데 보면 안다.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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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덟번째인지, 아홉번째인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면접에 합격한 남자 M의 연수원 기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처음엔 그저 순응하며 연수원의 스케줄에 따르던 M은 우연히 사수들의 방에서 의문의 평가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이 또 하나의 평가의 장이었단 말인가. M은 깨닫고, 그 순간부터 그의 모든 행동에 '의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조장을 맡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모든 스케줄에 임한다. 그런데 점점 그 모든 행동들에 과할 정도로 집착하게 되는 M. 자신의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분노하고, 모든 것이 평가 대상임을 모르는 다른 연수생들을 속으로 비웃는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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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면접장에 갔을 때 음료를 뽑았던 자판기에서 선택한 것이 아닌 다른 음료가 나오는 상황이 있었다. 이런 것 하나도 운이 따르지 않는 M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M의 미래에 대한 암시였나 싶기도 하다. 면접날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상한 남자, 그가 M에게 했던 말.
... 알아요?
이 말은 마지막에 다시 연극 무대 위에 선 M의 입을 통해 되풀이된다.
M
어느 순간 나에 대해 뭐든 다 안다고 생각했겠죠? 맞아요, 사실이에요. 당신은 하느님처럼, 내가 모르는 것들까지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하느님처럼, 알려 줘요. 나는 어디에 있는 거죠?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너무 어두워서 나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요.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어요. 그러니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제발 알려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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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독특하고 강렬한 이야기다.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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