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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2 |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코》 / 니콜라이 고골

카랑_ 2026. 7. 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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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 오. 이름 알아. 들어봤어. 이러고 지나가다가 책이 눈에 띄었고, 단편집이라니 가볍게 한번 읽어볼까? 하고 꺼내 들었는데 표지가 너무 귀여웠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 

 

코 / 니콜라이 고골

 

 

 

 

 

이발사의 아침 식사 빵에서 발견된 코. 이발사는 코의 주인을 바로 알아챈다. 코의 주인은 코발료프다. 겁에 질린 이발사는 코를 몰래 강에 던져버린다.

한편 잠에서 깬 코발료프, 자신의 코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흉터도 상처도 없이 말끔하게 납작한 피부만 남아 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밖으로 뛰쳐나간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가 제복을 입고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다. 코가! 쫓아가 당신이 나의 코다, 나의 사라진 코라고 말한다.

 

"귀하, 이상한 일이지만… 제 생각에… 당신은 자신의 자리를 알아야만 합니다.(생략)"

(중략)

코는 소령을 바라보았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귀하, 당신이 착각하신 겁니다. 저는 저 자신입니다. 또한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긴밀한 관계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제복 단추로 보아 하니 당신은 상원이나 적어도 법무성에서 근무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학술기관에서 근무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코는 몸을 돌려 기도를 계속했다.

 

그렇게 코를 놓치고(?)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를 찾는 광고를 신문에 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거절당함.

 

"안 된다고요. 신문이 평판을 잃을 수가 있어요. 만약 별의별 사람이 자신의 코가 도망갔다고 광고를 내기 시작하면… 그러면 허황된 말들과 거짓 소문들을 싣는다고 말들 할 겁니다."

 

낙담한 코발료프. 좌절하고 절망하는 코발료프. 그런 코발료프의 앞에 기적적으로 사라진 코가 나타난다. 경찰이 코를 찾아 온 것이다! 이제는 코를 원래 자리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 

 

손이 덜덜 떨렸다. 그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예전에 있던 자리에 코를 놓았다. 아, 이럴 수가! 코가 붙지 않았다…! 그는 코를 입으로 가져가 자신의 입김으로 가볍게 그것을 데운 후 다시 두 뺨 사이에 위치한 매끄러운 장소에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코는 전혀 고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가 사라졌을 때 그러했듯, 코가 다시 붙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레 이루어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갑작스레 제자리에, 코발료프의 두 뺨 사이에 와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코가 구운 빵 속에 있게 되었고,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또 어떻게…? 아니, 난 이를 도무지, 결단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작가들이 이와 같은 사건을 주제로 삼을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정말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사실… 아니, 아니,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첫째로 조국에 이익이 되는 게 결코 없다. 둘째로로… 두 번째도 역시 이익이 되는 게 없다. 나는 뭐가 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물론 하나, 둘, 셋 고려해나가다보면 아마도 심지어… 허황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외투

관청에서 정서 업무를 하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이야기이다. 정서 외에 다른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던 아카키는 겨울 외투가 심하게 낡아 새로 외투를 만들어 입게 된다. 큰 돈과 많은 정성을 들여 멋진 새 외투를 갖게 된 아카키를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고, 파티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카키는 새 외투를 강도에게 빼앗긴다. 외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애쓰던 아카키는 결국 새 외투를 잃은 상심과 추위로 인한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우리의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는 뜻밖의 환상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갑자기 페테르부르크에는 칼린킨 다리 주변 및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밤마다 관리의 형상을 한 사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가 무슨 도둑맞은 외투를 찾고 있고 도둑맞은 외투를 구실삼아 그걸 입은 이의 직위와 신분을 막론하고 외투라면 전부 어깨에서 잡아 벗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사자는 한 중요 인사의 외투를 빼앗은 뒤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중요 인사는 바로 아카키가 외투를 찾기 위해 찾아갔던 장군이었다. 

 

중요인사는 돌연 누군가가 목의 옷깃을 아주 세게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몸을 돌린 중요 인사는 낡고 해진 제복을 입은, 크지 않은 키의 사람을 보았고, 그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임을 깨닫고 공포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이 사건은 그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다. 하물며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당신 감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소.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요?"라는 말을 예전에 비해 매우 드물게 하게 되었고, 만약 하게 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먼저 무슨 일인지 끝까지 다 듣지 않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그 이후로 관리의 모습을 한 사자의 출현이 완전히 그쳤다는 것이다. 

 

 

 

 

 

광인의 수기

출근길, 개 두 마리가 말하는 것을 듣게 된 사람이 종내에는 자신을 스페인의 새로운 국왕이라고 주장하는 망상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개가 말하는 것을 보면서는 오, 재미있군, 환상문학인가,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뒤로 갈수록 그 순간부터 이 사람(아크센티 이바노프, 9등 문관, 귀족)이 미쳐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개들이 사람의 말로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나누고, 그 편지를 훔쳐보고, 스페인에서 발생한 왕위 계승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그 왕위를 이을 후계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점점 미쳐가는 과정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수기'라는 제목처럼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날짜도 점점 이상해지고 해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제목 그대로 〔광인의 수기〕이다.

 

 

12월 3일

나는 이 모든 다양한 일들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이미 여러 번 이해하고 싶었다. 무엇 때문에 나는 9등 문관이고 어째서 나는 9등 문관일까? 어쩌면 나는 백작이나 장군인데 다만 9등 문관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아마 나 자신도 내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

 

 

2000년 4월 43일

오늘은 가장 위대하고도 장엄한 날이다! 스페인에는 국왕이 있다. 그가 발견되었다. 그 왕은 나다. 바로 오늘에서야 그에 대해 나는 알게 되었다. 고백하자면 마치 번개처럼 갑작스레 그 생각이 내게 번뜩였다. 내가 9등 문관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로친치 시장

어... 시장에 처음으로 딸을 데리고 갔는데... 딸이 무척 예뻤고... 지나가던 청년이 호감을 보였고... 근데 그걸 본 계모가 욕을 퍼부었고, 청년은 계모에게 진흙덩이를 던졌고... 시장의 풍경... 시장에는 빨간 상의의 전설(?)이 있었는데 악마가 술집에 맡긴 빨간 옷을 술집 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팔아버리는 바람에 빨간 옷이 시장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돌며 일종의 저주를 일으키고 있었고... 그 빨간 상의가 딸을 데리고 나왔던 아버지에게 왔고...? 어... 어어... 어찌저찌 딸과 그 청년은 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 인건가? 잘 모르겠다.

 

앞의 작품들이랑은 분위기도 형식도 완전히 다르다. 문장마다 묘사나 꾸밈을 이렇게나 많이, 풍부하게 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 러시아 문학...! 

 

잠깐 동안의 아름다운 손님인 기쁨은 우리로부터 날아가고 외로운 선율은 부질없이 즐거움을 표현하려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의 메아리 속에서 그것은 벌써 애수와 공허를 듣고 놀라서 그에 귀 기울인다. 격정적이고 자유로운 젊은 시절의 쾌활한 친구들은 하나둘 차례로 세상에서 사라지고 결국 그들의 오랜 친구만 남겨두지 않는가? 남은 자는 얼마나 지루할까! 그의 마음이 무거워지고 슬퍼지지만 그를 도울 방법은 없다.

 

 

 

 

사라진 편지

할아버지에게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여왕에게 편지를 전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가는 길에 그만 편지를 보관하고 있던 모자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 모자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하게 되고, 마녀와의 카드게임에서 이겨 마침내 모자를 되찾아 무사히 편지를 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 맞아?

 

 

 

〔코〕, 〔외투〕, 〔광인의 수기〕, 〔사라진 편지〕는 오히려 어려울 것이 없었는데 〔소로친치 시장〕이 의외로 좀 어렵고 난감했다. 다행히 책 뒤에 설명이 있어서 발췌.

 

 

〔소로친치 시장〕은 제목 그대로 우크라이나 폴타바 주 미르고로드 현의 벨리키예 소로친치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카자크 농부 솔로피 체레비크는 전처 소생의 딸 파라스카와 후처 하브로니야(히브랴)와 함께 밀과 늙은 암말을 팔기 위해 소로친치 시장으로 향한다. 이들은 도중에 카자크 청년 그리츠코를 만나는데 그리츠코와 파라스카는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후 시장에서 다시 만나 한층 더 가까워진다. 솔로피 역시 호탕한 그리츠코가 맘에 들어 자신의 딸과의 결혼을 허락하지만, 시장에 오는 길에 그리츠코와 심하게 다툰 하브로니야는 이 결혼을 반대한다. 한편 소로친치 마을에는 기이한 소문이 떠도는데, 그것은 저주받은 시장터에 기다란 붉은 상의를 입은 악마가 출몰한다는 것이었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한때 악마가 자신의 붉은 상의를 담보로 외상술을 마셨는데, 유대인 술집 주인이 1년 후 빚을 갚고 상의를 되찾아가겠다는 악마의 약속을 무시한 채 옷을 팔아버리고, 이 옷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그들에게 불행을 안겨주다가 결국 조각조각 나뉘어 소로친치 시장이 서는 광장에 뿌려진다. 돼지 상통을 한 악마가 시장에 출몰하는 이유는 자신의 상의 조각들을 수거하기 위해서이고, 이제 남은 것은 왼쪽 소매 하나이다. 이 마지막 조각을 수거하기 위해 악마가 나타난 곳이 바로 솔로피와 그의 아내 하브로니야,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모여 있던 집이었다. 불쑥 출현한 악마를 본 솔로피와 그의 아내, 그리고 친구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친다. 이런 와중에 그리츠코는 파라스카와 결혼하기 위해 교활한 집시들의 도움을 받아 계략을 짜 거짓 곤궁에 빠진 솔로피를 구해주고 그 대가로 파라스카와 무사히 결혼식을 올린다. 

 

 

 

오, 그리고 〔코〕에 대한 재미난 해설도 있다.

 

물론 이 괴이한 사건을 코발료프의 하룻밤 꿈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의 시작, 즉 코가 빵 속에서 발견된 3월 25일(율리우스력인 구력)과 작품의 마지막, 코가 다시 코발료푸의 얼굴로 돌아온 4월 7일(그레고리력인 신력)은 같은 날이고, 고골은 원래 이 작품의 제목을 '꿈'(러시아어로 '꿈'은 'son'이다)으로 하려다 나중에 '코'(러시아어로 '코'는 'nos'이다. 즉 러시아어 '코'를 거꾸로 읽으면 '꿈'이 된다)로 바꾸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코'는 코발료프의 욕망을 복합적으로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코가 돌아다닌다는 초현실적인 사건이 당시 페테르부르크의 현실과 너무도 밀접했기 때문에 작품은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고 더 나아가 풍자적인 특성까지 띤다.

 

 

 

단편집의 첫 작품이었던〔코〕가 의외로 재미있고 가볍게 잘 읽혀서 신이 났는데 뒤로 갈수록 심상치 않아지긴 했다. 그리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코〕 조차도 해석을 보니 굉장히 많은 메타포가 담겨 있는 심오한 작품이었고. 재미있고 신기하긴 하다. 해석 덕분에 더 재미있어지는 작품인 것 같다. 나 혼자 읽어서는 배경이나 시대적 분위기 같은 걸 파악하고 이해하기 힘드니까. 근데 〔코〕랑 〔외투〕, 〔광인의 수기〕 는 진짜 그냥 읽어도 재미있다. 

 

 

근데 내가 읽은 단편집의 번역이 매끄러운 편은 아닌 것 같아서, 좀 더 좋은 버전의 번역본을 다시 보고싶긴 하다. 문장을 거의 직역으로 옮긴 것 같은데 의도한 것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래서 좀 더 읽기 어려웠던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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