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으로 한달 전에 잡아 둔 4월 11일자 묵호행 기차표. 친구를 꼬셨고, 그래도 몇 번 가봤다고 별다른 계획도 세우지 않고 무작정 떠났다.
이번에 사진 역대급으로 안 찍음. 원래도 안 찍는데 진짜 하나도 안 찍음.
09:37 청량리 출발
생수 하나 사들고 출발. 보아하니 같은 칸에 탄 여행객들 대부분이 묵호행인 것 같았다. 어떻게 아냐고? 그 느낌이 있엉... 비슷한 또래... 성별... 친구와 함께 가는 2인팟... 요런 느낌적인 느낌.
11:43 묵호 도착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날이 조금 흐렸는데 묵호에 가까워질수록 해가 조금씩 비치기 시작하더니 정동진 즈음부터는 완전히 햇볕이 쨍쨍했다. 그제야 집에 놓고 온 선글라스가 생각났다. 아, 이럴 때 써야 하는데! 생각도 못 했네!
묵호역에서 어달항 쪽으로 코스를 짰다. 아무래도 그쪽이 뭐가 볼 게 많기도 하고 걷기도 좋고 그래서. 동네 구경하며 가는 길에 빵가게에서 빵 하나 사서 당보충하며 걸었다. 발길 닿는대로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라일락 향도 맡고, 집앞에 나와있던 강아지한테 인사했다가 무섭게 짖는 바람에 쫓겨나기도 했다. 중앙시장이랑 어시장 쪽 슬 둘러보고 본격적인 묵호 즐기기 시작.
아, 중앙시장 지나오는 길에 쥐포 굽는 냄새가 맛있게 나서 보니까 건어물 가게 앞에서 뭔가를 굽고 있었다. 쪼그만 생선이었는데, 이거 갓 구운 거 사먹을 수 있나! 하고 친구가 사람들 틈에 낑겨서 얼마냐고 물었다가 얼떨결에 공짜로 노가리 한 마리씩 받았다. 알고 보니 이분들도 가게 사장님이나 관계자가 아니라 관광버스 타고 단체로 온 관광객 분드이셨고 ㅋㅋㅋ 우리가 물어보니까 본인들이 산 거 그냥 하나씩 맛보라고 주셨던 거. 덕분에 노가리 삥?뜯기??라는 추억이 생겼다. 감사하다고 인사 백 번 하고 맛있게 먹었다. 째끄만 노가리 진짜 맛있었음.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입장권 2,000원 + 자이언트슬라이드 3,000원
굳이 입장권 사서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 김에 친구에게 자이언트 슬라이드(미끄럼틀)을 타보는 건 어떻겠냐고 권했고, 친구가 흔쾌히 입장권과 이용권을 끊는 걸 구경하다 나도 얼떨결에 같이 끊었다. 어... 나는 저번에 미끄럼틀 타 봤고... 어... 재미있긴 했는데 좀 무서워서 굳이 다시 타진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어어.. 근데 어째. 이미 이용권을 끊어버렸는데. 타야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서 미끄럼틀 타기 전에 전망대와 묵호등대 먼저 둘러봤다. 안 그럼 미끄럼틀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해서 미리 위쪽 구경 다 하고 마지막으로 미끄럼틀 타고 내려감.
묵호 등대
묵호 등대에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닌데, 가서 보면 360도 통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꽤 볼만하다. 바다를 봐도 좋고, 묵호 동네와 언덕들을 봐도 좋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묘미는 등대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보이는 동그란 창문이다. 창문마다 바다와 언덕이 번갈아 가며 보인다! 이거 이번에 첨 알았어! 방금 전엔 바다였는데 조금 올라가서 밖을 보면 이번엔 언덕이고, 다시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고 하는 변화가 되게 재미있었다.
대망의 자 이 언 트 슬 라 이 드
미끄럼틀 태워주시는 분의 지시에 따라 오른발 놓고, 자리에 앉아 줄 잡고, 눕고, 고개 들고 있으면 어깨를 밀어주신다. 근데 참 희한해. 오른발 먼저 놓으라는데 왜 왼발이 먼저 나가지..... 그리구 짧고도 긴 추락(?)의 시간. 진짜 금방인데 엄청 오래 걸린다. 이건 진짜 해봐야 아는 기분. 왜 끝이 안 나지?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되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내 몸이 대포알처럼 쏘아 튕겨 나갈 것 같은 기분이라 굉장히 무서운데, 실상은 폭신한 매트리스위에 안착이다. 안도할 새도 없이 또 정신없는 지시가 이어진다. 고개 드시고 왼쪽으로 나올게요. 이 간단한 지시를 또 한번에 못 따르고 내 몸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도대체 뭐지? 왜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 못하지? 왜? 도대체 왜? 왼쪽! 왼쪽! 이렇게 외치는 걸 몇 번인나 들은 것 같다. 왼쪽 오른쪽 구분을 못해서가 아니고 몸이 막 저절로 오른쪽으로 간다니까...?
오랜만에 느낀 스릴이었다. 놀이기구를 즐기지 않는 쫄보에게는 이 정도 스릴이 딱이다. 적당히 무섭고 재미있다.
거북이 횟집 곰치국
이번 여행에서 이거 한번 먹어보자! 한 게 바로 곰치국이었다. 개인적인 취향때문에 그동안은 안중에도 없던 메뉴였는데, 어쩌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고, 친구랑 가는 이번 여행이 곰치국을 먹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를 꼬셨고, 한번 경험해 보자! 가 됐다.
네이버지도
거북이횟집곰치국
map.naver.com
가게를 정해놓고 간 건 아니라 지나가다 아무데나 들어갔다. 수조에 가득한 곰치를 보고 이걸... 먹는다고...?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일단 오리지널로 맛보자 하고 곰치국을 시킴. 김치국에 곰치를 넣은 기본 곰치국이었는데, 둘이서 하나씩 시켰는데 뭐가 줄줄이 많이 나왔다. 2인 이상이라 서비스로 나오는 거라며 곰치애 볶음?같은 걸 주셨는데 밥을 넣고 볶음밥을 해 먹으면 맛있다는 팁도 주셨다. 이거 맛있고 꽤 매움. 반찬으로 곰치 무슨 젓갈 같은 걸 주셨는데 고것도 쿰쿰하니 맛이 진했다. 양을 꽤 많이 주셨는데 우리가 젓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맛만 보고 거의 남겨서 너무 죄송했다 ㅠ0ㅠ
내가 잘 못 먹어서 그렇지 음식이 맛있고 사장님이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아요, 묵호 거북이횟집.
어달항
이번 여행의 메인 휴식지였다. 어달리 방파제까지 구경하고 바닷가에 돗자리 펴고 앉아 바다 보기.

어달리 방파제에는 낚시하시는 분들이 진짜 많았다. 테트라포트 거기 안 무섭나... 나는 보기만 해도 너무 무섭던데.
그리고 저기 보이는 바닷가에 돗자리 펴고 앉아 바다 보면서 수다 떨었다. 상상했던 장면은 조용히 앉아 고독을 씹는 것이었는데 친구랑 있으니까 그게 쉽지 않았다 ㅋㅋㅋㅋ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꽤 세게 치는 날이었다. 모래사장 앞쪽으로 드문드문 바위들이 있어서 거기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간식거리라고는 음료와 단팥빵 뿐이었는데, 단팥빵 하나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던 그 때 엄청난 바람이 불어왔고! 모래가! 빵에 아주 골고루 뿌려져서! 모래토핑 단팥빵이라는 희귀템을 경험했다. 아삭아삭하니 좋던데요. 하핳.
바닷가에 돗자리 펴고 앉아 맛난 거 먹기 <- 이거 내 로망인데, 바닷가에 앉아 뭔가를 먹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모래바람이 언제 어떻게 불어올지 몰라. 모래토핑 그거 굳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사임당 인절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저녁거리로 떡을 샀다. 묵호 갈 때마다 지나치기만 하고 사본 적은 없었는데 드디어 먹어봤네. 친구는 콩고물, 나는 카스테라를 샀고, 둘 다 맛있었다. 묵호에서 간단히 끼니 때울 땐 인절미 제일 작은 포장(6개) 사서 간단히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19:11 묵호역
여행 마무리. 오늘도 잘 다녀왔습니다.
🎁
친구에게 아주 귀한 선물을 받았다. 방이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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