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영화

20250408 | 지슬 in 더숲아트시네마

카랑_ 2025. 4. 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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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개봉 무렵 봤었을 거다.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몇몇 장면과 보고 힘들었던 느낌 정도가 다였다. 근데 더숲에서 《지슬》을 상영하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오. 봐야 하나. 봐야 하지 않을까. 

 

 

지슬

 

 

 

 

아. 이번에 봤으니까 다신 안 볼거다. 안 볼래. 너무 힘들어. 너무 괴롭다. 

 

사람들이 나누는 몸짓과 대화들이 너무 순박하고 현실감이 넘친다. 좁은 구덩이에 하나 둘씩 들어와 낑겨 앉는 모습이나, 무리를 이루어 숨어 지내며 나누는 만담같은 대화들같은 게, 그것만 뚝 떼어놓고 보면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차마 웃음이 안 나온다. 비극의 극대화를 만들어내는 장치같은거라,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영화 속의 상황에서 착한 군인, 좋은 군인이라는 말은 성립 가능한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영화에서도 대놓고 묻는다. 나는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영화에는 상사의 명령을 거부하고 학살에 가담하지 않는 군인이 나오기도 한다. 잡혀 온 여인(순덕)에게 감자 한 알 건네려다 상황이 만들어낸 오해로 인해 죽게 되는 군인의 이야기 같은 건 안타깝고 슬프기도 한 건 맞는데,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뭐라 말하기가 진짜 어렵다. 이걸 인정하기 시작하면 아이히만까지 닿는 문제가 되니까. 

 

돼지 밥 줄 걱정이나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말린 고추가 아까워 이고지고 산에 오른 사람들이었고. 

 

비밀에 부치는 죽음들이 있었고,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총소리로 끝나지 않길 바랐는데 새카만 스크린 위로 보란듯이 울려퍼지는 총성에 기분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안좋았다. 슬픈 게 아니라 속이 안 좋아지는 느낌.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몇 줄의 설명이 덧붙는데, 그걸 보고 나니 제주의 유명 관광 명소를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게 되면, 어디든 그렇겠지. 

 

마음이 진짜 너무 안 좋다. 

잘 보았지만, 빨리 잊고 싶기도 하다. 

다음엔 다 까먹었다고 다시 보겠단 소리같은 거 절대 안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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