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짜리 롱테이크라고 해서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다. 뭔가 교묘하게 이어붙인 곳이 있을거야, 분명 있을거야, 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전혀 못 찾겠다. 얼핏 본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드론샷으로 연결되는 씬은 진짜로 카메라를 드론에 연결해서 씬을 이어가더라. 와. 징하다. 진짜 대단하다.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총 4부작이다. 1편은 한 소년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소년을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연행해 가는 내용이다. 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서 절차를 밟고, 초기 진술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리얼타임으로 진행된다.
2편은 형사들이 소년과 피해자 소녀가 다녔던 학교를 수사하고 다니는 내용이고, 3편은 소년과 상담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고, 4편은 소년의 가족의 어느 아침의 모습을 그린다.
내용으로만 보면 간단해 보이는데, 각 편이 편집 없이 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훨씬 실감나고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와중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겠어서, 연출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를 지우고 가해자만 남은 이야기라는 불호 의견도 많이 보았다. 근데 보다보니까 단순히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고자 한다기 보다는... 뭐랄까... 인셀이라는 어떤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내 보이면서, 요즘의 또래집단 문화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곪아가는지도 보여주면서, 동시에 부모와 자녀 세대의 격차라든지, 뭐 그런 문제점들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다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 드라마?가 단순히 불특정 다수에게만 작용한다기 보다, 이것을 볼 수도 있는 어느 방구석 인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깨달음, 혹은 교화 같은 효과를 줄 수 있기를 노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너무 온화한 방식의 설득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4편에서 가족들이 겪는 고통같은 것들이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현실을 되돌아보길 바라는 게 아닐까 싶어서.
소년의 시간 4편을 보면서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계속 생각났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갑자기 재앙처럼 닥쳐오는 사건이라는 건 가족 역시 같은 입장일 수 있고, 이해하려 애쓰지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는, 그런 혼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 같다. 소년의 시간 4편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가해자 가족의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아무 문제 없어보이는 정상적인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른 아이가 튀어나올 수 있다니, 하고 놀라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이미의 부모가 나누는 대화처럼, 어떤 이유나 설명을 갖다 붙여도 제이미는 그들이 만들어낸, 그들의 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소년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의 데뷔작이라고요? 이게 말이 되나? 처음 연기하는 애가 한 시간 짜리 상담 씬을 그렇게 쥐락펴락한다고? 천재가 아닐리 없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3편이 제일 흥미로웠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가도 순식간에 가라앉는, 보는 사람들에게도 혼란을 주는 연기를 너무너무 잘 보여줬다. 마지막에 상담사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약간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겨우 13살짜리지만 너무 무섭고, 그 와중에 나는 침착함과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을지.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녀는, 그 순간에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이름 기억해 둬야지. 오웬 쿠퍼. Owen Cooper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걸 아주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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