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리마스터링에 디렉터스컷이라는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달고 재개봉을 한다고 해서 솔깃했다. 그러나 이래저래 시간대가 맞지 않았고, 접근성 좋은 영화관에서 언택트톡을 겸하는 것을 보고싶지는 않았다. 그냥 온전히, 오롯이 나 혼자 느끼고 나 혼자 담고 싶은 마음. 그거 뭔지 알지?
더 폴: 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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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이 CGV에서만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 CGV 홈페이지만 들락날락 했었는데 더숲에서도 하고 있지 모예요! 당장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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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영상미에 대한 소문만 듣고 보았다가 그 이상의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내용이나 영상미같은 건 많이 잊었는데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스턴트맨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만은 또렷이 기억났다. 근데 이게 맞나.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맞나. 의심하며 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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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더 좋았다. 영상미도 영상미인데, 이번엔 내용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보였고, 로이의 이야기가 수정되고 덧붙어가는 과정들이 보였다. 아라비안나이트가 떠올랐고,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 기가막힌 환상소설이 되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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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친 알렉산드리아의 곁에서 로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비극으로 몰아가는 장면이 있다. 둘다 울고불고하는데, 그걸 보면서 엄청 울었다. 내 이야기니까 다 죽는다고 말하는 로이에게,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는 알렉산드리아ㅠㅠ
근데 이 장면에서 로이가, 리 페이스가 진짜 너무 잘생겼다. 눈물범벅인데 너무 예뻤다. 사실 영화 내내 로이는 잘생기고 예뻤고, 그래서 알렉산드리아가 더 좋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잘생긴 남자가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니. 매일 달려가 듣지 않고는 못 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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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 할아부지ㅜㅜㅜ 이야기 속 주술사가 틀니 할아버지의 캐릭터라는 사실을 거의 끝에 가서야 알았다. 틀니 할아부지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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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로이를 발견한 알렉산드리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때부터 영화 속에서 맞고, 때리고, 떨어지고, 날아가고 하는 사람들이 좋아졌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로이니까. 이것이 이 영화가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존재감이 드러나서는 안되는 사람들에 대한,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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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찾아봐야지. 사야지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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