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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령이가 요즘 자전거에 아주 푹 빠져 있다. 덩달아 나까지.

 

저녁마다 함께 따릉이 타고 중랑천까지 다녀오는 걸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조금씩 멀리까지 갔다 오던 중에, 이대로 쭉 가면 한강이라고 했더니 그럼 언제 한 번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고 한다. 그리고 바로 날이 정해졌다. 

 

6월인데 벌써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자전거길에 그늘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일찍 다녀오는 게 좋겠다 싶어 8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이 날을 위해 준비한 헬멧도 챙겨 들고. 

 

 

 

중랑천을 따라 한강까지 와서, 수도박물관쪽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따릉이를 반납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강까지 가는 게 엄청 멀고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중랑천변은 잘 꾸며져 있었고, 아침이라 아직은 바람이 상쾌했다. 가는 내내 좋은데? 좋은데? 하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입에 벌레도 많이 들어갔... 

 

그리고 한강에 닿기 직전, 일령이가 갑자기 "거북이!!!!!!!"라고 소리쳤다. 고개를 돌리니 둑길에서 강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거북이가 보였다! 근데 아마 거북이는 아니고 자라였던 듯. 아무튼 엄청나게 크고 빠른 자라를 봤다. 야생의 자라라니! 네이버에서 <중랑천 자라>로 검색하니 목격글과 영상이 많이 보인다. 녀석, 유명인사였군. 

 

 

 

 

한강에서 수도박물관쪽으로 빠져나와 따릉이를 반납하고 서울숲으로 갔다. 근처에서 간단히 먹을 것도 사서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펴고 앉아 맛있는 거 먹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 일령이와 동시에 '이게 행복이지~'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는 서울숲 다음의 일정을 귀가라고 생각했는데 일령이는 아니었나보다. 주변에서 뭐라도 더 하고, 더 놀고 싶어했다. 하지만 할만한 것이 마땅치 않았고, 날은 더웠고, 이쯤에서 약간 서로의 갈등이 빚어질 뻔 했으나, 근처에 서점이 있으니 거기나 들렀다 가자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근데 그 서점까지 걸어서 전철역 두 정거장이라는 걸 깜박했네. 내 딴에는 구경시켜 준다고 성수동을 가로질러 갔는데,  사실 일령이나 나나 그런 곳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게 문제였다. 사람은 많지, 날은 덥지. 일령이가 이때부터 엄청 힘들어 했다. 미안하다 ㅠ_ㅠ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닌 기록. 

자전거 타는 경로만 기록해보려고 했는데, 일령이가 하루종일 돌아다닌 걸 다 찍어보자며 운동추적을 끄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남은 우리의 여정이다. 서울숲을 열심히 돌아다녔고, 성수동을 가로질러 건대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을 탔다. 알차게 보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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