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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궁금했지만 감독의 스타일이 워낙 확고한 걸 알고 있어서 선뜻 보기가 어려웠다. 감독의 전작들이 어지간한 공포 영화도 아니고 고어 요소가 꽤 강한 걸로 알고 있어서. 나는 공포를 못 본다. 고어는 더더욱. 

 

그런데 이번 건 괜찮(?)댔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대놓고 고어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칼푹찍(...) 정도라고 했다. 어? 나 그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

 

보 이즈 어프레이드. 포스터는 내 맘에 드는 걸로.

 

 

수위?

일단, 이건 진짜 괜찮다. 공포랄 것은 거의 없고, 심리적인 긴장감을 주는 정도의 서스펜스와 약간의 폭력 정도다. 고어의 수준이라고 할만한 건 정말 칼푹찍(...) 정도가 전부다. 상처 부위같은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긴 하는데 그 정도는 어지간한 15세 등급의 영화에서도 보여줄만한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면들에선 스크린을 쳐다보지 않았다. 혹시라도 공포나 고어의 요소가 불안해 이 영화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19금 수위가 좀 세다. 노출도 있고 베드신도 있다.

 

 

감상

나는 내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어렵고 난해하다는 얘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다. 라이브러리톡이나 시네톡과 같은 여러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일단은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뭐라고 해야 하지.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영화같다. 나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도 이건 이렇고 저런 저런 거 아닐까 생각하며 보다 점점 그 생각을 놓아버렸다.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가지고 머리를 굴릴 틈이 없다. 그러다 보면 의심이 끝도 없다. 그러느니 그냥 맘 편히 보기로 했다. 아마 그 때가, 보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느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되는 그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상당히 초반이다. 

 

그 중 가장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나마 상황이 조금 파악이 되는 부분은 보의 아파트 부분이었다. 보가 아파트에서 겪는 모든 경험과 장면들이 너무 흥미로웠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껴야 할 '집'조차도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침범당하고 위협을 당하는 것부터, 집 밖의 모든 것들이 보에게는 불안과 공포, 위험으로 느껴지는 상황들이 보가 어떤 인물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보는, 절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어렴풋하게나마 들어본 적 있는 다양한 정신과 적 질환을 앓고 있는 누군가였다. 피해망상과 신경쇠약을 비롯해 그것을 훨씬 넘어서는 정신분열이나 다중인격 같은 복합적인 질환이지 않을까. 물을 사러 간 슈퍼에서 보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과하게 방어적으로 행동하고 보를 위협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사실은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는데, 보가 망상을 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보가 전혀 엉뚱하고 이상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은 쌓여가는데 뚜렷하게 답을 주는 건 거의 없다. 보의 아파트 열쇠와 가방은 왜 사라졌는지부터 시작해서 보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보를 차로 치어 놓고 극진히 보살피는 의사 부부는 또 무엇이며, 그들의 딸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와 만나게 되는 숲 속의 떠돌이 극단 사람들은 또 뭐고...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의 집에 당도하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해서 평범할 리 없다. 

 

다락방은 사실 보가 보던 환상 속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보가 어렸을 때 당했던 일종의 감금 학대의 공간이었을 것이란 거까지는 추측했는데, 다락방에 갇혀 있던 거대한 남성기는 도대체... 그것이 보의 아빠라고 하는 엄마의 말은 또 무슨..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하나도. 

 

그리고 벌어지는 또 한 번의 탈출, 하지만 그 끝에 만나는 또 다른 낯설고 위압적인 공간. 어머니의 말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크고 거침없는 남자와 대비되는 보잘것 없는 보의 변호사, 끝내는 정체 모를 이들에 의해 물에 빠져버리고 마는, 사라지고 마는 보의 대리인은 결국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보의 주체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고. 보는 늘 그랬듯 우물쭈물하다 내몰리고 만다. 

 

시작과 끝에 각기 다른 물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 일종의 수미상관이자 대비의 연출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엄마의 자궁 속 양수를 빠져나왔던 보와 물 속으로 거꾸로 처박히는 보. 

 

... 뭔 의미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그렇다고. 

 

호불호가 상당히 심하게 갈리는 것 같은데, 나는 불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호'라고 분명하게 말하기도 좀 애매하긴 한데.. 근데 확실히 불호는 아님. 다시 보라면 다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 영화를 가지고 얘기를 하자면 또 나름대로 즐겁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리송하긴 했지만 그 끝맛이 불쾌나 찝찝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 하나하나 짚어가며 누가 설명해주면 좋겠다. 그러려면 1박 2일은 걸리지 않을까. 이미 봉준호 감독과 아리 에스터 감독의 메가토크가 진행된 걸로 아는데 슬슬 그 후기를 찾아봐야겠다. 

 

아, 근데 영화 다 보고 나서 크레딧 올라가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한 번만 보고도 어느 정도 이해를 했을까? 충분했을까? 뭐가 뭔지 알 수 있었을까? 감독들끼리는 통하는 그런 게 있나? 

 

신기한 영화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는 정말 어떻게 연기를 그렇게 할 수 있지.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호아킨의 연기가 반 이상 먹고 가는 거 아닐까. 감독이 의도한 것 이상으로 너무 잘 해준 거 같은데. 아니 잠깐 그럼 호아킨 피닉스는 이걸 다 이해하고 납득을 한 상태에서 연기를 했나? 감독이 뭘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시켰을까? 이건 이것대로 궁금한데?????

 

보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과 혼란을 영화를 보는 관객 또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이해도 안되고 온통 이상한 일과 사람들 투성이인 영화가, 보에게는 현실이니까. 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공포를 간접체험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가 되게 이상하지? 근데 보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어. 어때? 라고 묻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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