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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中
/ 버지니아 울프
그때 클러리서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일그러지더니 <아이, 다시는 그 여자하고 말도 안 할 테야!> 그 말에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았던 사람들이 그만 열없어지고 거북해져버렸어.
클러리서가 그런 일에 구애받는 걸 난 책망하진 않았어. 그 시절에 그처럼 곱게 자라난 처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법이니까. 하지만 클러리서의 태도는 거슬렸어. <수줍고 몰인정하고 거만하고 얌전을 빼는 그 태도가.> 그래서 나는 <영혼이 죽은>이라고 그런 경우에 들어맞는 말을 찾아서 그전처럼 불러본 거야. <영혼의 죽음!>이라고.
모두가 열없어했지. 클러리서가 말하는 동안엔 고개들을 숙이고 표정이 달라져서 일어났어. 샐리 시튼이 장난을 치다 들킨 어린애처럼 고개를 숙이고 얼굴이 벌게서 말을 하고 싶지만 겁이 난다는 모양이었던 것도 눈에 선해. 클러리서 때문에 사람들이 놀랐던 거야.
열없다
1. 좀 겸연쩍고 부끄럽다.
2. 담이 작고 겁이 많다.
3. 성질이 다부지지 못하고 묽다.
4. 어설프고 짜임새가 없다.
관련 속담
열없는 색시 달밤에 삿갓 쓴다
: 정신이 흐려져 망령된 짓을 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관련어
짓쩍다
1. 부끄러워 면목이 없다.
오래된 번역본을 읽다 보면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우리말 표현을 종종 만나게 된다.
지금 보고 있는 [댈러웨이 부인]은 2006년판이다.
아니, 맞나?
제1판 1쇄 펴낸날: 1972년 10월 30일
제2판 1쇄 펴낸날: 1977년 02월 10일
제3판 1쇄 펴낸날: 2006년 03월 15일
신고일: 2004.02.12. (1966.12.02)
책 정보에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러니까 첫 출판 신고일은 1966년이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가장 최근인 2006년 3판이라는 건가...
근데 그 사이에 개정판 얘기가 없는데 그러면 1966년 버전 그대로 계속 찍는단 얘긴가?
저 1판, 2파, 3판이 개정을 말하는 건가?
출판 용어를 모르니 뭐가 뭔지 모르겠구만.
아무튼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빨라도 2006년에 출판된, 거의 20년 전 버전이라는 소리다.
2000년이 넘어 나온 책인데도 문체나 어휘가 굉장히 옛스러운 편이다.
그래서 이런 표현도 자주 만나게 되고.
열없다 / 짓쩍다
벌써 두 개의 표현을 얻었다.
재미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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