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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연속 국중박 방문 미션 성공!
이번주는 조카님들과 함께다. 작년 말에 국중박 다녀와서 혼자 벅차올라가지고, 이런저런 꿍꿍이로 조카님들을 꼬셨다. 처음엔 흔쾌히 함께 가겠다고 하더니 중간에 몇 번이나 안 간다는 둥, 성공 보수(?)를 높여달라는 둥 요구조건이 바뀌었다. 막판에는 거의 흥미를 잃은 듯 해서 그냥 안 가고 말지, 까지 갔다가 어찌 저찌 꼬시긴 꼬셨다. 아.. 이렇게까지 해서 함께 놀러 가자고 해야 하나.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미션
그냥 박물관에 가자는 게 아니었다. 미션을 주고, 그 미션을 성공하면 그에 따른 상품이 주어지는 나들이였다. 그 미션이란,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유물 중 책에 나오는 유물을 찾아 사진을 찍는 것. 10개 정도로 하고 싶었는데 조카들이 줄이고 줄여서 최종 결정된 개수는 5개였다. 책은 이왕이면 교과서로 하고 싶었는데 초등학교는 학년별로 역사를 배우기도 하고 안 배우기도 하고 해서 역사 내용이 포함된 교과서가 없었다. 그럼 어떤 책으로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마침 집에 있었던 <용선생 한국사1>로 정했다.
이것도 하나만 있으면 들고 다니다가 분명 갈등이 생길 것 같아서 부랴부랴 중고책으로 한 권을 더 구입했다. 그래서 조카님들이 각각 한 권씩 보면서 유물을 찾을 수 있는 준비까지 마쳤다.
미션 수행
박물관에 가는 동안 책에 나오는 유물을 정리하고 내가 미리 가져다 준 박물관 지도를 찾아가며 조카님들은 금방 끝나겠는데요?라고 하며 자신만만해 했다. 나는 박물관의 규모를 생각하며 과연 그럴까? 라고 받아쳤다. 정말, 그럴 줄 알았다.
입장 후 우리는 헤어졌다. 조카님들은 웬일로 사이좋게 딱 붙어 함께 간다. 붙어 있으면 꼭 큰 소리가 나거나 다툼이 생겨서 따로 다니라고 책도 따로 사줬는데, 어쩐 일로 이럴 때는 사이가 좋다. 아무튼 이렇게 나는 조카님들과 헤어졌다.
나는 지난 두 번의 방문 때 가보지 못했던 실감 영상관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아늑했다. 영상 퀄리티도 좋아서 하염없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넋놓고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조카님이다. 다 했단다. 어? 겨우 30분 지났는데???
일단 1층 실감 영상관으로 불렀다. 여기서 천천히 결과물을 확인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박물관 관람은 어땠는지, 미션은 재미있었는지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져야지- 하는 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이건 아주 큰 오산이었다.
금방 나타난 조카님들은 내게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줬다. 선사시대에서 주먹도끼와 토기를 클리어하고 곧바로 청동기 시대의 유물, 그리고 국중박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경천사 십층석탑 등 다섯개가 훌쩍 채워졌다. 나는... 나는 좀 더 다양한 시대를 둘러보고.. 좀 더 재밌는 유물들을 구경하길 바랐는데... 얘들은 의기양양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미션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듯이. 하긴 뭐, 맞긴 맞지. 다섯 개 찍어 오라고 했으니까.... 그 이상은 내 바람이었을 뿐....
아쉬웠지만 거기서 뭔가를 더 요구하면 조카님들이 반발할 것은 불보듯 뻔했고, 나는 어김없이 꼰대가 되어버릴 상황이었다. 적당히 인정해주고 미션 성공 상품이었던 뮤지엄샵으로 향했다. 거기서 원하는 것을 고르거나, 현금으로 받거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조카님들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며 현금을 선택했다.
이 모든 게 박물관에 간지 한시간 여 만에 이루어졌다. 나는 조카님들을 풀어놓고 나 혼자 구경을 다니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박물관 미션 또한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다.
벌써 다리가 아프다며 쉰다는 애들을 한적한 2층 소파 자리로 데려다 놓고, 나는 좀 더 구경을 하러 갔다. 이 때는 사실 쪼끔 서로 삐진 상태였다. 조카들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순 없다는 생각에 조금 강경하게 그럼 너네는 여기 있어, 나는 구경 더 하고 올게. 하고 가버린 거.
그치만 그렇게 놓고 다니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고... 신경이 쓰이고... 애들이 거기 앉아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없고...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다행히 마음이 바뀐 큰 조카님 데리고 청자실과 백자실을 돌아보았다. 청자실과 백자실을 돌아본 큰 조카님은 작고 아기자기한 도자기류에 빠졌고, 미니어처가 뮤지엄샵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카님들을 끌고 다시 뮤지엄샵으로 향했다. 조카님이 같이 전시실을 둘러봐줬다는 이유로 나는 이미 기분이 매우 좋아진 상태였고, 이미 미션 성공 상품으로 현금을 수령한 조카님들에게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청자나 백자 미니어처가 없었고, 실망하려던 찰나 이 발굴 키트를 발견했다. 상자에 그려진 그림대로만 생겼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엄샵에서 판매하는 미니어처 중 이 발굴 키트에 포함된 미니어처가 가장 예쁠 것 같았다. 그래서 큰 조카님은 발굴키트를 골랐고, 그림 그리고 꾸미는 거 좋아하는 작은 조카님은 엽서 색칠 세트를 골랐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벌어진 난장판.
나는 바로 깨고 부수고 하는 건줄 알았는데, 덩어리를 일단 물에 담가놓았다가 시작했다. 덕분에 가루가 안 날려서 훨씬 좋았다. 덩어리를 부수니 도자기 2개와 농기구붙이가 나왔다. 그걸 물에 담가 또 열심히 닦아냈다.
엇 최종 발굴품 사진을 안 찍었네. 찾아보니 판매 사이트가 나와서 그걸로 대체합니다.
위의 사이트에서는 24,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에서는 18,000원에 구입했다. 근데 온라인 뮤지엄샵에서는 왜 검색이 안되지... 아무튼 저거임! 그리고 도자기 미니어처가 제법 이쁨!
나름 신나게 준비했던 국립중앙박물관 미션은 실패한 것 같지만 그래도 함께 잘 다녀왔으니 됐다.
졸지에 두 권이 되어버린 용선생 한국사 1권은 아무래도.. 다시 중고로 팔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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