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개봉 무렵 봤었을 거다.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몇몇 장면과 보고 힘들었던 느낌 정도가 다였다. 근데 더숲에서 《지슬》을 상영하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오. 봐야 하나. 봐야 하지 않을까. 지슬 아. 이번에 봤으니까 다신 안 볼거다. 안 볼래. 너무 힘들어. 너무 괴롭다. 사람들이 나누는 몸짓과 대화들이 너무 순박하고 현실감이 넘친다. 좁은 구덩이에 하나 둘씩 들어와 낑겨 앉는 모습이나, 무리를 이루어 숨어 지내며 나누는 만담같은 대화들같은 게, 그것만 뚝 떼어놓고 보면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차마 웃음이 안 나온다. 비극의 극대화를 만들어내는 장치같은거라,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영화 속의 상황에서 착한 군인, 좋은 군인이라는 말은 성립 가능한 것인가. 어려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