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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8 | 지슬 in 더숲아트시네마

아마 개봉 무렵 봤었을 거다.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몇몇 장면과 보고 힘들었던 느낌 정도가 다였다. 근데 더숲에서 《지슬》을 상영하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오. 봐야 하나. 봐야 하지 않을까.   지슬    아. 이번에 봤으니까 다신 안 볼거다. 안 볼래. 너무 힘들어. 너무 괴롭다.  사람들이 나누는 몸짓과 대화들이 너무 순박하고 현실감이 넘친다. 좁은 구덩이에 하나 둘씩 들어와 낑겨 앉는 모습이나, 무리를 이루어 숨어 지내며 나누는 만담같은 대화들같은 게, 그것만 뚝 떼어놓고 보면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차마 웃음이 안 나온다. 비극의 극대화를 만들어내는 장치같은거라,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영화 속의 상황에서 착한 군인, 좋은 군인이라는 말은 성립 가능한 것인가. 어려운 문제..

보다/영화 2025.04.10

20250326 | 미키17

개봉하자마자마 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에 3월 문화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왕 볼거면 문화의 날에 봐야지 하고 좀 더 묵혀뒀다가 3월 문화의 날을 《미키17》과 함께 했다. 미키17   ■생각보단 재미 없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내가 불호에 가까울 줄은 몰랐지.   ■나는 쫌 이해가 안되는 게, 미키가 익스펜더블이고, 익스펜더블이 어떤 건지도 알겠는데, 그 '익스펜더블'이라는 용어를 왜 번역을 안 한걸까? 왜....? 어째서....?  안그래도 번역에 성의없는 게 느껴지면 되게 빈정상하는데, 감독이 한국인인데 한국어 자막 다는 것에 신경을 안 썼다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바로 봉이라는 것이 더 의아하다. 심지어 '칠칠치 못한' 상황을 '칠칠..

보다/영화 2025.04.02

20250320 | 보허자

창극단 공연 예매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자리가 좋았으면 한두 번 더 봤을 수도 있었는데, 자리가 애매해서 가진 자리 중 제일 좋은 날만 남겨놓고 보니 막공날이었다. 공연이 너무 좋으면 어쩌지... 막공이라 다시 볼 수도 없는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며 오랜만에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보허자   일단.. 별루 재미가 없었다. 내용 설명이나 홍보 분위기를 보니 작품이 차분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재미까지 잃을 줄은 몰랐다.  이하, 개인적인 불호들.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허공에 대고 자기 얘기만 줄줄 늘어놓는 연출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물의 제각각 살아 숨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메인이 누구인지도 헷갈린다. 무심으로 시작해 무심으로..

보다/공연 2025.03.22

20250319 | 엘레나는 알고 있다 in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회가 되면 봐야지,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 기회였다.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정말 궁금해 하며 봤는데.  엘레나는 알고 있다 Elena Sabe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다. 각색이 좀 이상하게 됐다. 원작이 가진 매력과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원작은 일종의 '추리' 장르로 읽히기도 한다. 엘레나가 딸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굳게 믿으며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애쓰는, 그 과정에서 그녀가 앓고 있는 파킨슨이 큰 걸림돌이 되어 그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 자신을 대신해줄 '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힘겨움과 육체적 한계는 엘레나가 먹는 파킨슨 약 한 알을 먹..

보다/영화 2025.03.21

20250318 |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in 넷플릭스

한 시간 짜리 롱테이크라고 해서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다. 뭔가 교묘하게 이어붙인 곳이 있을거야, 분명 있을거야, 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전혀 못 찾겠다. 얼핏 본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드론샷으로 연결되는 씬은 진짜로 카메라를 드론에 연결해서 씬을 이어가더라. 와. 징하다. 진짜 대단하다.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총 4부작이다. 1편은 한 소년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들이 소년을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연행해 가는 내용이다. 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서 절차를 밟고, 초기 진술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리얼타임으로 진행된다.  2편은 형사들이 소년과 피해자 소녀가 다녔던 학교를 수사하고 다니는 내용이고, 3편은 소년과 상담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고, 4편은 소년의 가족의 어느 아침의 모습을 그린다.  내용..

보다/영화 2025.03.20

그냥 관심이 가는 배우들 | 임성재, 김경덕, 그리고 여기에 임재혁이 추가됨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드라마 를 잠깐 보았고, 주연 배우가 누구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보게 된 드라마에서 전혀 처음 보는 배우가 비중있게 나오고 있었고, 누구지? 하고 궁금해하다 결국 이름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바로 이 배우다. 김중혁 역, 임재혁.대사를 치는 목소리가 되게 좋았다. 성우같은 목소리라는 뜻은 아니고, 굉장히 자연스럽고 톤도 굉장히 듣기 좋은 그런 목소리. 처음엔 되게 낯선 얼굴이라 보게 되었는데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니 되게 편안하게 보게 되어서 관심이 갔다. 나는 정말 처음 보는 얼굴이라 신인인가 싶어 필모를 찾아 봤는데,     같은 건 나도 들어본 적 있는 작품이라 아주 쌩신인은 아닌 모양이다. 그치만 다른 건 다 잘 모르겠고... 워낙 드라마..

알아보다 2025.03.19

20250315 | 콘클라베

처음엔 그렇게 관심이 가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다들 워낙 재미있다고 해서 볼까..... 한번 봐볼까... 하던 와중에 보게 됐다. 다른 것보다도 이 영화를 '스릴러'라고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아, 그럼 여기서 뭔가 사건이 벌어지나? 신성한 콘클라베에서??!!   그치만 이것은 내가 너무 일반적인 스릴러를 생각했던 탓에 벌어진 일종의 소통 오류였고.... 재미로만 놓고 보면 나는 콘클라베를 재미있다고는 못 하겠다.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하지만 영화가 대체로 느리고 차분해서 미친듯이 몰입이 된다든지, 눈을 뗄 수 없다든지 하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콘클라베, 추기경 이런 것보다 그 주변이 더 잘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영화의 결말을 생각하면 의도된 연출일 것 같기..

보다/영화 2025.03.18

20250308 | 라스트 홀리데이 in 넷플릭스

새로운 걸 보려고 해도 고르다 보면 어느새 봤던 거, 익숙한 거, 좋았던 걸 다시 보게 되고 마는 넷플릭스. 이번엔 라스트 홀리데이다.  라스트 홀리데이     스토리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시한부를 선고받고 남은 시간동안 버킷 리스트를 위해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주인공이 긍정적이고 당찬 에너지로 모두를 홀리게 되는데, 알고보니 오진이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 근데 이 주인공이 너무 매력적이기도 하고, 인물이나 사건에 크게 답답하거나 짜증나는 부분이 없어서 재미있게 잘 보다 보면 이상하게 눈물도 나고 그런다.  전 재산을 다 털어서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떠나는 건 좋은데, 돌아와선 어쩌지? 싶지만, 다행히 여행 중 들른 카지노에서 다 털었던 전재산..

보다/영화 2025.03.18

20250313 | 퇴마록

하도 재미있다고 그래서 볼까말까 볼까말까 고민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할인쿠폰이 뜬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쩐일로 까먹지도 않고 제 시간에 들어가 쿠폰을 다운받기까지 했다. 이건 보라는 거잖아!  퇴마록 원작의 극 초반 분량을 애니화 한 것이라고 들었는데, 얼마 전 내가 퇴마록에 도전하며 읽었던 딱 그만큼의 분량이었다. 이것도 참 희한하다. 현암이 밀교를 찾아가고, 밀교 교주가 사악한 욕심을 드러내고, 박신부가 준후를 데리고 탈출하게 되면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그 에피소드였다. 덕분에 내용들이 아주 낯설거나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그치만 나는 퇴마록이라는 작품이 갖는 장르적 특성도, 애니메이션이 갖는 장르적 특성도 잘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 얼마 전 퇴마록을 읽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단 조금 멀..

보다/영화 2025.03.14

단어장 | 지복 (in 악령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中 혼자 있네요, 다행이에요. 당신의 친구들은 딱 질색이거든요! 언제나 담배는 어찌나 많이 피워대는지, 맙소사, 공기 좀 봐! 아직 차도 다 마시지 않았군요. 바깥은 11시가 다 지났는데! 당신의 지복이란 무질서로군요! 당신의 쾌감이란 쓰레기 더미에 있고! 마룻바닥에 뒹구는 찢어진 종이들은 다 뭐예요? (생략)   지복명사 더없는 행복   생소한 표현이었다. 알고 보니 어려운 말도 아니었는데. 어휘를 알게 된 김에, 나의 지복은 뭘까.

└ 단어장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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