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공연

20250320 | 보허자

카랑_ 2025. 3. 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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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단 공연 예매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자리가 좋았으면 한두 번 더 봤을 수도 있었는데, 자리가 애매해서 가진 자리 중 제일 좋은 날만 남겨놓고 보니 막공날이었다. 공연이 너무 좋으면 어쩌지... 막공이라 다시 볼 수도 없는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며 오랜만에 국립극장으로 향했다. 

 

보허자 

 

 

일단.. 별루 재미가 없었다. 내용 설명이나 홍보 분위기를 보니 작품이 차분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재미까지 잃을 줄은 몰랐다.

 

이하, 개인적인 불호들.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허공에 대고 자기 얘기만 줄줄 늘어놓는 연출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물의 제각각 살아 숨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메인이 누구인지도 헷갈린다. 무심으로 시작해 무심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진짜 주인공은 나그네(안평)인 것 같고, 안평의 주변인들은 안평과의 인연을 읊는 것이 다다. 안평에게 달라붙은 수양의 귀신이 그나마 눈에 띄고 둘이 붙으면 그나마 좀 흥미진진해지는데 둘의 사연을 메인으로 둔 것이 아니다보니 분량이 많지 않다.

 

왜 이렇게 재미가 없나 생각해 봤는데 캐릭터가 진짜 다 밋밋하다. 안평과 수양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사심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좋다고 얘기도 못하겠다. 근데 그나마도 창극단의 전작들에서 느꼈던 독보적인 캐릭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씬같은 게 이번 보허자에선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도창과 스님을 1인 2역으로 한 이유는 뭐였을까. 무슨 효과를 노리고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창극단에 배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사실 도창이 굳이 필요했나 싶기도 하다. 코러스로 잘 엮었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 그냥 뭔가, 뭔가, 만족스러운 게 없다. 

 

안평과 수양으로 기가막힌 이야기를 짜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택했는지 모르겠네. 둘이 붙어 있으면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단 거, 만드는 사람들도 알았을텐데. 

 

아무튼, 민은경은 짱이고, 연기하는 김준수는 늘 옳고, 광복 수양 더 줘ㅠㅁㅠ

 

보허자로 창극 입문하신 분들이 꽤 있을 듯 싶은데, 보허자가 아쉬웠다면 창극단의 다음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들을 꼭 보시라고 하고 싶다. 미친 마력 샤일록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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