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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에서 또!! 재밌는 걸 해준다.

 

EBS 다큐프라임 [녹색동물]

[녹색동물]은 이번에 새로 만든 다큐는 아니다. [녹색동물]은 2016년에 제작된 작품이고, 나는 아마 그 이후 2020년 쯤 처음 보았던 것 같다. EBS 다큐프라임은 어쩌다 시간이 맞으면 틀어놓고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유독 흥미진진하게 나의 관심을 끄는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녹색동물]이다. 

 

1부: 번식, 2부: 굶주림, 3부: 짝짓기라는 주제로 수요일까지 방송한다. 1부 번식편에 나오는 신기한 씨앗들의 모험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이미 지났으니 2부와 3부라도 꼭꼭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이거 진짜 재밌어요 진짜 진짜!

 

/ TMI 

내가 진짜 좋아하는 EBS 다큐프라임 작품에는 [넘버스]가 있다. [넘버스]도 주기적으로 재방송해주니 기회가 되시면 이것도 좀 봐주시길. 

 

 

 


녹색동물

 

내가 곧 땅에 호우를 일으켜 하늘 아래 모든 생물을 다 멸절시키리니 너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 가운데 암수 한 쌍씩을 방주 안으로 들여보내 너와 함께 살아남게 하여라.

창세기 6장 17절~19절


성경에 따르면 노아는 방주에 ‘모든 것들 가운데 암수 한 쌍씩’을 태웠다. 그런데 이 노아의 방주를 표현한 서양 그림들에는 어느 곳에도 식물을 찾아볼 수 없다. 서양에서도 오랫동안 식물이 살아 있는 것으로 치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도 흔히 식물국회, 식물인간이란 말을 쓴다.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반죽음 상태를 식물에 비유한 것. 하지만 식물은 이동할 수 없을 뿐, 살아있는 존재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겪는다. 빛, 물, 영양분을 얻기 위해 궁리해야 하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짝짓기도 한다. 또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식물 역시 다양한 방식을 통해 가장 좋은 타이밍에 씨앗을 퍼뜨린다. 오히려 식물은 동물보다 지구상에 먼저 나타난 생물이며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투쟁해온 존재다.

이처럼 식물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강한 욕망과 본능을 가지고 행동하는 ‘동물(動物)’이다. <녹색동물>은 이러한 그들에 대하여 ‘식물은 동물이다’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한다.

 

 

 

1부. 번식

 

 

4년에 한번, 반드시 자연적으로 산불이 나는 호주 남서부. 불이 나면 울창하게 그늘을 만들던 그곳의 모든 식물들은 불에 타 재가 된다. 200도가 넘는 고온 건조한 그 때, 방크스 소나무(Pinus banksiana)의 솔방울은 벌어지고 씨앗을 낳는다. 타고 남은 재는 새싹을 틔우는 데 최적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모든 생물들이 타죽은 곳이 그들에겐 최고의 기회다. 방스크 소나무는 불이 나기만을 기다린다.


불을 기다리는 또 다른 식물의 이름은 그래스트리(Xanthorrhoea sp.). 식물들이 타죽은 곳에서 그는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의 줄기는 불에 잘 타지 않는다. 알코올 성분이 강한 잎만 단시간에 불에 타 없어진다. 그의 전략은 불의 피해를 최소화 시킨다. 게다가, 그래스트리의 잎이 탈 때 발생하는 다량의 에틸렌가스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켜 꽃을 피운다. 이들은 후손의 탄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어떤 식물은 자신 안에 품고 있던 ‘새끼’의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리다 바람과 비에 실어 멀리 멀리 보낸다. 예전에 스님들의 염주 재료였던 이 씨앗은 돌처럼 단단하다. 이는 오랜 항해를 견디고, 견고한 나무가 되기 위한 과정. 이 과정을 이겨내면 황금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가 된다. 그리고 그 옛날 머나먼 열대지방에서 해류를 타고 건너온 또 다른 씨앗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문주란(Crinum asiaticum)이 되었다. 문주란은 현재 북방한계선인 제주도에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룬다.

 

식물은 동물들과 함께 공진화 해왔다. 어떤 무화과나무(Ficus sp.)는 바닥에 열매를 맺는다. 나무 몸통에 덩굴 열매를 키워나가기도 하며, 또 나무 윗부분에 열매를 만든다. 그리고 이 열매들은 식량을 찾아 헤매는 주변 동물들의 시야에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후손 번식’을 위한 그들의 고도 전략. 동물들의 눈높이에 맞게 열매가 맺히면, 그 열매를 박쥐·원숭이·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섭취한다. 섭취 된 열매는 나중에 배설물이 되어, 거름으로서 열매 속의 씨앗들을 발아시킨다.

 

식물은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식물도 ‘후손’을 위한 험난한 일생을 견디고, 보이지 않는 짝을 찾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한다. 어떤 이들은 식물을 연약한 존재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식물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하게 살아왔으며, 강하게 존재할 것이다.

 

 

 

 

 

2부. 굶주림

 

 

동물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하지만 식물은 이동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한 곳에 깊은 뿌리를 내리는 그들이 어떻게 지구상에서 살아남았을까.

 

아무런 영양분이 없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말레이시아 물루 산(Mt.Mulu). 해발 2700미터에 변기모양을 한 식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네펜데스 로위(Nepenthes lowii). 조용히 나무두더지가 자신을 방문하기만을 기다린다. 나무두더지는 네펜데스 뚜껑 밑 부분에 있는 과즙을 먹고, 식물의 몸통 위에 올라앉아 배설을 한다. 네펜데스 로위는 많은 배설물을 소화하기 위해 변기의 모습으로 진화 하였다. 게다가 과즙 속에 강한 소화촉진 성분을 스스로 만들어내어 동물이 먹고 바로 배설하게 한다.

 

보르네오 열대우림(Borneo)에 서식하는 또 다른 모양의 네펜데스. 이 식물은 박쥐들에게 ‘호텔’이다. 동이 트면 잘 곳을 찾아 날아다니는 박쥐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자는 동안 배출한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삼는다. 그의 이름은 네펜데스 헴슬리야나(Nepenthes hemsleyana). 박쥐들이 쉽게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박쥐의 초음파에 맞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 식물들은 모두 동물을 주체적으로 이용한다.

 

또 다른 네펜데스는 곤충을 잡아먹지도, 배설물을 소화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은 큰 나무 밑에 옹기종기 마을을 형성한다. 서로 살아남으려 경쟁하는 환경에서 이 식물은 왜 그럴까. 그들의 주식은 ‘낙엽’이다. 이들은 한 뿌리에서 자라나 무리를 형성했으며, 다른 네펜데스와는 달리 뚜껑의 크기가 굉장히 작고 뒤로 젖혀져 있다. 이는 나뭇잎을 많이 잘 받아먹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 이 식물의 이름은 네펜데스 앰퓰라리아(Nepenthes ampullaria)로, 인간으로 치면 ‘채식주의자’다. 이들은 네펜데스를 ‘식충식물’로만 여기던 기존의 관점에 반박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식물을 ‘수동적이고 정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동물처럼 필요한 ‘먹이’인 영양분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강한 생명력을 유지해온 식물들. 그들의 시간 속에서 포착된 치열하고 기발한 생존 방법을 조명한다.

 

 

 

 

3부. 짝짓기

 

 

꽃은 식물의 성기다. 식물도 동물처럼 후손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배우자를 선택하고 싶지만 직접 짝을 찾아 나설 수 없다. 이제 식물들은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낸다.

 

‘시체 꽃’이라고 알려진 타이탄 아룸(Amorphophallus titanum).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이 식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꽃이다. 수년에 단 한번 ‘꽃’을 피우기 위해 약 3미터까지 자라지만, 꽃이 된 순간 그들에겐 48시간만이 주어진다. 이후 이들은 시들어 버린다. 48시간 내에 짝을 찾아 수분을 해야 후손이 꽃을 피울 수 있는데, 이 꽃은 향기가 아닌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긴다. 이유가 무엇일까? 시간이 많지 않은 그가 선택한 후손 번식 방법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곤충, 파리를 수분매개자로 이용하는 것. 파리가 자신을 잘 찾을 수 있게 동물 사체의 냄새와 색깔을 그대로 흉내 냈다. 이들은 냄새분자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체온을 올리는 전략까지 사용하며, 그 냄새는 800미터 까지 퍼진다.

 

호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해머오키드(Drakaea glyptodon)는 타이니드 말벌(Zaspilothynnus trilobatus) 암컷과 똑같이 생겼다. 암컷의 색깔과 모양 그리고 페로몬까지 흉내 내는 그들은 실제 암벌보다 1.5배 더 크고, 10배 이상의 페로몬을 발산한다. 이는 타이니드 말벌 수컷을 유혹하여 식물의 짝짓기를 하기 위함. 해머오키드를 암컷으로 착각한 수벌이 꽃과 짝짓기를 시도 할 때, 끈적거리는 꽃가루가 달라붙는다. 이후, 성욕에 눈이 먼 수벌이 다시 한 번 더 꽃에게 유혹을 당할 때, 해머오키드의 짝짓기는 성공이다.

 

이런 영리한 난은 우리나라에도 서식한다. 광릉요강꽃(Cypripedium japonicum)이라 불리는 난은 네 가지 방법으로 수분매개자를 유혹하고 목적을 이룬다. 이 난의 수분매개자는 서양뒤영벌(Bombus terrestris)로 꽃가루를 좋아한다. 광릉요강꽃은 서양뒤영벌을 유혹하여 꽃 안에 가둔 뒤, 꽃가루 쪽으로 유인한다. 이들은 벌을 유혹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트랩(덫), 꽃가루 무늬, 꽃 속의 털 그리고 빛을 이용한 네 가지 전략을 세워 진화했다.

 

식물은 인내심이 강한 기회주의자들이다. 좋은 꽃을 피울 최고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주변 생물들의 본능적 욕구(식욕·성욕·수면욕)를 ‘수분매개 전략’으로 이용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그들이 전략적 생존방법을 터득하며 진화했다는 증거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 역시 ‘짝짓기’며, 꽃을 통해 자신의 성욕을 분출한다.

 

 

 

 

 

 

  출처: EBS 다큐프라임 홈페이지(https://docuprime.ebs.co.kr/docuprime/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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