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본 영화 걸 온더 트레인이 너무 재미있었다. 원작 소설이 있다고 그러는데, 영화를 워낙 잘 봐서 굳이 소설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면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면 되겠다! 하고 찾은 것이 바로 폴라 호킨스의 인투 더 워터였다.
인투 더 워터 / 폴라 호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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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되게 분위기를 잘 잡고 시작한다. 마녀사냥을 언급하며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들이 빠져 죽은 물, 드라우닝 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절로 생겨나는 배경이다. 인투 더 워터는 이 드라우닝 풀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여자들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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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얘기하자면, 그저그랬다. 긴장감이 그리 크지 않았고, 밝혀진 진실도 조금 허무했다. 중심 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줄스가 언니 넬과 왜 멀어지게 되었는지, 둘의 오해를 풀어가는 것과 마을에서 일어난 익사 사건을 밝혀내는 것이다. 미스터리는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사실은- 알고보니- 과거에- 이런 식으로 하나씩 실체가 드러난다. 근데 그 관계들이 의외로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줄스가 갖고 있던 언니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과정도 시시했다. 이게 원어로 읽으면 또 다른가.. 싶게 오해를 빚은 대화들이 별로 심각하거나 중의적 의미를 갖는 느낌도 아니었고, 언니인 넬의 성격이 다소 일관적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문장이 너무 임팩트가 없었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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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들 때문에 애꿎은 여자들이 죽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여자를 죽인 건 남자였다. 그런 이야기다.
"이해를 못하겠어요. 항상 여자들만 탓하는 이모 같은 사람들,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두 사람이 똑같이 나쁜 짓을 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여자라면 무조건 그 여자 탓이죠. 그렇죠?" " 아니야, 리나, 그런 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 "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왜 아내들은 항상 상대 여자를 원망해요? 자기 남편을 원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자기를 배신한 것도, 평생 사랑하고 지켜주겠다고 맹세한 것도 남편인데. 절벽에서 떠밀어 죽이려면 자기 남편을 죽여야 하지 않아요?" |
이런 스토리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치정이고 불륜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론 굉장히 흥미를 잃게 만드는 요소인데, 그 와중에 이렇게 직설적으로 질러주는 걸 보니 재미있긴 하다. 요즘 이런 얘기 진짜 많이 보는데 책에서 보니 또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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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잘 읽히는 괜찮은 스릴러이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인물들의 관계를 꼬아 놓고 비밀을 심어놓으며 미스터리를 만들어 가는 방식은 예전에 읽었던 넬레 노이하우스랑도 비슷한 느낌이다. 아닐 수도 있고.
20240913 | 바람을 뿌리는 자 / 넬레 노이하우스
드라마 을 보다가 원작이 보고 싶어서 찾았으나, 도서관 예약이 꽉꽉 차 있어서 드라마 원작은 일단 미뤄두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골랐던 책 중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는 2024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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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 끝나지 않는 여름 / 넬레 노이하우스
앞서 후루룩 술술 재미나게 읽었던 의 영향으로, 비슷하게 후루룩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20240824 |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 그래디 헨드릭스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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