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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 목격자들 / 김탁환

카랑_ 2024. 11.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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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모순>을 읽은 후, 우리나라 작가가 우리말로 쓴 작품을 읽는 것이 얼마나 편안한 일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외국소설만 보지 말고 한국소설도 좀 봐야지, 하면서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빌려왔다. 

 

목격자들 / 김탁환

 

 

 

 

 

아니 근데 이거 하나도 안 가볍다. 나는 뭘 생각하고 이걸 골랐냐 하면, 성석제의 <왕은 안녕하시다>였다. 예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런 류의 역사 소설들도 아주 재미있겠구나 싶어 도전해 본 것이었는데, <목격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본격적이다. 

 

 

이야기는 76년만에 돌아온 혜성을 맞이하며 시작된다. 오래된 벗인 김진과 이명방, 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김진의 부탁으로 이명방이 소설을 쓰게 된다. 그 소설이 바로 <목격자들>의 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조운선 침몰 사건'이다. 젊은 시절의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규장각 서리 김진이 직접 겪고 해결한 사건이다. 단순한 사고로 치부될 뻔 했던 조운선의 침몰이 사실은 계획적으로 꾸며진 것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이를 해결하게 된다. 

 


차돌이가 왜 바다에 빠져 사라졌는지, 조택수가 왜 광흥창 부봉사를 그만두고 후조창이 있는 밀양으로 내려갔는지, 고후의 혀가 왜 잘려야만 했는지, 꼭 밝혀내도록 하세. 
 
목격자들 中

 

 

시작은 위와 같은 이유였는데,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왜 자꾸 착한 사람 죽여요 ㅠ0ㅠ

 

 

 

다 읽고 나서 처음부분을 다시 보니 이야기가 좀 더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이게 다 뭔가 싶은 어휘들과 잘 기억되지 않는 인물들 때문에 애를 좀 먹었다. 

 

 

딱딱하게 풀이된 고전소설을 읽는 느낌이라 감정적으로 울림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웬걸. 문득문득 눈물이 차오르는 구간들이 있었다. 올바름을 찾다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 소운을 이야기할 때나, 당차던 옥화 때문에. 마지막에 이명방이 왕 앞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백성들을 하나하나 고해 올릴 때에도 좀 울컥했다. 

 

 

낯선 표현이나 모르는 어휘가 진짜 많다. 지명이나 직위같은 건 당연하고, 표현에 쓰이는 어휘도 편하지는 않다. 근데 그래서 더 멋지다. 내가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가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어디서 이런 정보를, 하면서 놀라게 되는 게 기분 좋다. 

 

 

신나고 재밌는 오탈자 찾기

근데 그 와중에 오탈자가 되게 많음. 내가 읽은 건 초판 1쇄본이었으니 이후로 수정이 잘 됐겠지? 

 

허허실시회 → 허허실실회

 

 

바로 위에 '허허실실회'라고 했는데 바로 다음 줄에 '허허실시회'로 잘못 쓰여 있다. 허허실실회를 허허실시회로 잘못 표기한 건 이거 말고도 두어 번 더 봤다. 

 

두루마리 → 두루마기

 

'두루마리'가 아니라 '두루마기' 차림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래도 혹시 내가 모르는 '두루마리'의 뜻이 있을지 모르니 사전을 찾아봤는데, 의복과 관련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백성이 백성이 → 백성이

 

신하가 신하답고, 백성이 백성다우면- 인데 백성이가 두 번 들어갔다. 

 

차돌이 모녀 → 차돌이 모자

 

내 기억에 차돌이는 아들이었는데...? 아들이라고 했는데...? 아홉살 먹은 차돌이.... 

 

 

 

아무거나 빌려 본거였는데 같은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있는 모양이다. 하필이면 나는 그 시리즈의 제일 마지막편을 골라왔다. 하 참 이것도 재주다.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순서대로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오케이. 다음엔 이것들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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