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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다큐 <설탕의 제국>

카랑_ 2022. 12. 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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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있는 다큐를 봤다.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OBS에서 본 [설탕의 제국]이다. 그런데 OBS에 [설탕의 제국]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OBS 설탕의 제국 홈페이지

 

OBS 자체 체작인가 싶어 감탄하고 있었는데, 원 출처는 아마도 부산MBC였던 모양이다. 그것도 무려 부산 MBC 개국 60주년 특집 다큐였다.

 

부산MBC 설탕의 제국 홈페이지

 

 

작은 설탕 알갱이 하나로 시공간을 꿰뚫는다 

'설탕'이라는 하나의 사물을 통해 대항해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아우르고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라는 '공간'을 가로지른다. 

 

 

설명처럼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내가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땐 흑인 노예제도에 대해 얘기를 해주고 있어서, 제목이 잘못된 거 아닌가 했는데 결국 이야기의 흐름 끝엔 '설탕'이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현대의 석유 에너지의 대체제로서의 '설탕'을 이야기하고, 다시 지역과 시대를 건너뛰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남겨진 백인들이 주도한 설탕산업의 흔적들, 그리고 재평가받는 현재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설탕이라는 주제가 이렇게나 방대하고 어마어마한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 끝에는, 흥미롭고 거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뭔가 우리와는 먼 세계의 이야기라고만 느끼고 있던 나에게 이것이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한국인들로 이야기가 있었다.

 

너무 대충 정리했는데, 무려 5부작에 이르는 시리즈라 이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시대와 지역을 오가는데도 결코 산만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설탕의 제국

설탕으로 보는 문명사. 젠틀맨-노예-해적으로 나뉘어 벌어진 설탕 권력의 명과 암.

 

1편 - 화이트 골드 세상을 바꾸다

인류가 사랑하는 단맛. 설탕은 어떻게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단숨에 인류의 맛을 장악했는가. 누구나 처음 먹는 그 순간부터 매혹시키는 설탕의 맛은 세계를 장악했고, 첫 번째 세계상품이 되었다. 설탕과 노예무역의 결과로 유럽열강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화려한 설탕 문명을 꽃피웠다. 설탕이 차와 만나 어우러진 ‘커피하우스’에서는 유럽식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이상이 영글었다. 하지만 유럽 열강이 만끽한 달콤함의 뒷면에는 ‘모노컬쳐(식민지 나라 전체가 오로지 사탕수수만 재배하는 현상)’의 폐해와 참혹한 노예무역의 비극이 존재했다.

 

2편 - 노예의 길

대항해시대의 열강은 설탕을 만드는 중노동을 대신 시키기 위해 아프리카인들을 끌어다 노예로 착취했다. 당시 노예들이 팔려갔던 서아프리카(베냉, 가나)-카리브해연안(자메이카, 바베이도스)-영국을 잇는 대서양 삼각무역의 루트를 한국최초로 집중취재하며 노예들이 겪은 비극과 참상을 고발한다. 노예선은 당시 ‘살아있는 지옥’이라 불릴 정도였고, 사탕수수 농장에서는 ‘구속구’를 동원한 참혹한 고문이 자행되었다.

 

3편 - 끝나지 않은 설탕전쟁

설탕은 노예를 비롯한 인구의 이동을 낳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문화의 이동도 수반했다. 잡혀간 아이를 그리워하는 서아프리카의 설탕의 노래, 자메이카 탈주 노예들의 마을인 ‘마룬’의 춤과 노래, 그리고 강제 개종으로부터 아프리카 고유의 정신을 지키려했던 쿠바와 브라질의 ‘싱크레티즘(혼합주의)’은 흑인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설탕으로 인한 인구의 이동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인미국이민사의 첫 페이지는 바로 하와이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한 기록인 것이다. 하와이에는 당시 사탕수수 노동자들의 무덤이 지금도 남아 있고, 그 자손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4편 - 설탕의 노래를 들어라

설탕은 노예를 비롯한 인구의 이동을 낳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문화의 이동도 수반했다. 잡혀간 아이를 그리워하는 서아프리카의 설탕의 노래, 자메이카 탈주 노예들의 마을인 ‘마룬’의 춤과 노래, 그리고 강제 개종으로부터 아프리카 고유의 정신을 지키려했던 쿠바와 브라질의 ‘싱크레티즘(혼합주의)’은 흑인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설탕으로 인한 인구의 이동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인미국이민사의 첫 페이지는 바로 하와이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한 기록인 것이다. 하와이에는 당시 사탕수수 노동자들의 무덤이 지금도 남아 있고, 그 자손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MBC 설탕의 제국 홈페이지

 

유럽의 설탕 산업에 강제적으로 끌려갔던 흑인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이 좀 큰 편이긴 하다. 거기에서 파생된 문화나지역들을 조명하고 끔찍했던 당시 유럽인들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끝에, 과거에는 설탕 농장의 노예로 끌려가 고생했던 이들이, 오늘날에는 오히려 그 설탕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고통받는다는 역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설탕의 제국 다시보기 

현재 [설탕의 제국]을 다시 볼 수 있는 곳은 네이버 시리즈온과 왓챠인 듯 하다. 

 

왓챠 설탕의 제국 다시보기

 

 

 

네이버 시리즈온 설탕의

 

 

그런데 5부작이 아니라 4부작이다..? 뭐지? 부산MBC 홈페이지에서는 5부작이라고 했는데...? 

 

부산 MBC의 소개를 보면 5부 제목은 [설탕의 제국 인사이드]다. 그럼 혹시 이건 다큐 제작기나 이런거였을까? 그렇다면 이게 빠지고 4부작으로만 다시보기가 제공되는 게 이해는 된다만.

 

사실 나도 아주 집중해서 본 건 아니구 드문드문 딴짓을 해 가며 본 터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아! 이 다큐의 나레이션을 배우 강신일님이 하셨는데,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 아무리 좋은 다큐라도 나레이터가 어울리지 않으면 그 재미와 만족도가 확 떨어지는데, [설탕의 제국]은 나레이터가 큰 몫을 했다. 정말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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