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의 속편이라는데 어떻게 안 봐.
온도의 임무 Star Light
/ 할 클레멘트 Hal Cl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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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부터 《중력의 임무》에선 수석항해사였나.. 암튼 그랬던 돈드래그머가 선장으로 나온다. 어머나, 출세했구만 ㅋㅋㅋ 하며 보다가 그럼 발리넌은 어디 갔나 했더니 사령관이 되었다. 전작에서보다 더 체계적이고 확장된 규모의 메스클린인들이 이번엔 드라운이라는 새로운 행성을 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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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온도의 임무》는 전작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중력의 임무》가 탐험, 모험, 그리고 메스클린인과의 우정쌓기같은 느낌이라면 《온도의 임무》는 메스클린인과 인간의 줄다리기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중력의 임무>와 비슷한 구도로 보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메스클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릴 넘치는 모험이라기보다는 조난당한 탐사선을 두고 벌어지는 권모술수 정치극에 가깝다.
그렇다. 정치극. 드라운의 탐사를 맡은 메스클린인들이 겪는 위기와 모험이 있긴 하지만, 그보단 발리넌의 꿍꿍이가 뭔지가 궁금해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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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가. 나는 《중력의 임무》가 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행성 탐사 과정은 여전히 뭔 소린지 잘 모르겠고, 나는 그냥 다 같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서로가 약간의 비밀을, 여지를 남겨두고 협력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해야 하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간들의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아무튼 나는 메스클린인들 편이다. 인간은 감히 가지도 못할 환경에서 애써주고 있는 우리 메스클린인들인데, 아이구, 감사합니다, 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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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과 다른 메스클린인들의 기준때문에 전혀 상상도 못해 본 표현들이 나오는 게 재미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산소의 악취가 살짝 풍겼다.
메스클린인들에게 공기란 암모니아이고, 산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령관이 인간을 좋아하긴 했지만, 돈드래그머 선장이 그들을 좋아하는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발리넌 사령관은 인간의 놀랄 만큼 짧은 수명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 문제 때문에 사령관은 함께 일하는 인간과 진심으로 친해질 수 없었다. 그 인간도 곧 다른 인간으로 교체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발리넌 사령관은 지구인과 드롬인, 파네쉬인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죽음의 공포가 그들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스클린인에게는 외계인들과 나이 문제에 관한 대화를 피하라는 방침이 생겼다. 또한 어쩔 수 없는 경우 외에는 그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라는 방침도 생겼다. 다음에 교체될 이들이 그들과 같은 태도를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메스클린인은 외계인들을 본질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없는 존재라고 느꼈다. 그들에 대한 돈드래그머 선장의 신뢰는 명백히 예외적인 사례였다.
"그리고 젬블라키. 자네는 또 통신실을 어슬렁거리다가 인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거야, 그렇지?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마. 용해열과 녹는점 이야기 말이야. 인간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게 놔둬. 그리고 인간들이 이야기를 해주거든, 적당히 감동한 척해줘. 무슨 말인지 알겠지?"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만일 그들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면, 그 과학자는 사령관에게 무슨 뜻인지 안다는 의미를 담은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뭐야뭐야 발리넌 무슨 꿍꿍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흥미)
"인간들이 몇십 년 전에 발리넌 사령관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을 때 일어났던 일에 대해 배운 게 생각나네요. 당시 그는 대단히 협조적이었는데, 지구와 파네쉬인, 드롬인을 하늘의 신비한 곳에서 온 이상한 외계인이라 여겨서 사실상 숭배하고 '중력의 임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의 일을 요청한 대로 해줬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순간이 되자 갑자기 우리를 협박해서 충격을 줬죠. 지구인 열 사람 중 다섯, 파네쉬인 열 중 일곱, 드롬인 열 중 아홉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더군요. 나도 알고 당신도 알다시피, 아직 기계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문명에 선진적인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기초적인 과학이라도 가르쳐주려 하면 사회학자들이 화를 냅니다. 사회학자들은 모든 종족이 자신만의 성장통을 겪으며 헤쳐나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외계인 혐오주의자들은 비명을 질러대요. 그들이 싫어하는 사악한 외계인들을 우리가 무장시켜주고 있기 때문이죠. 역사학자들도 우리를 싫어해요. 그들에게 몹시 귀중한 자료를 우리가 덮어버리기 때문이에요. 관료들도 짜증을 내요. 그들이 아직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문제들을 우리가 만들어낼까 봐 두렵기 때문이죠."
"진짜 큰 문제는 외계인 혐오주의자들이에요."
보이드가 불쑥 끼어들었다.
"모든 비인간 종족이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면 적이 될 거라는 주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멍청이들이잖아요. 그래서 메스클린인에게는 핵융합로처럼 그들이 복제할 수 없는 장비만 줬어요. 핵융합로는 감마선 회절 카메라 같은 5단계의 중급 장비들이 없으면 분해해서 자세히 연구하는 게 불가능한데, 메스클린인에게는 그런 장비가 없으니까요. (생략)"
《중력의 임무》스포일러이자, 인간들이 메스클린인들에게 완전한 과학적 지식 공유를 하지 못하는 내부 사정 같은 것들
반세기 전에 인간을 상대로 장난을 쳤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메스클린인 사령관을 불신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었다.
발리넌이 뒤통수를 치긴 쳤지.. 아니 근데 그건 뒤통수라기 보단 뭐랄까, 정당한 거래였다.
인간 입장에서야 당혹스러운 장난같았겠지만, 발리넌은 무역 상인 출신이잖아.
모든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데, 그 정도는 너무 정당한 요구이자 대가지.
나 약간 명예 메스클린인 된 것 같음ㅋㅋ
그런 상황에서 인간은 때때로 가만히 앉아 친구들이 시간 내에 구조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은 의식이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구조될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메스클린인에게는 그런 기질이 거의 없었다. 두 조타수도 그런 기질이 아니었다. 엘리스가 '희망'으로 번역한 스텐어가 있긴 하지만, 그건 그녀가 문맥에서 살짝 잘못 추론한 것이었다.
메스클린인은 소위 말하는 대문자T의 성향을 지닌 종족이다. 합리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종족들.
"제가 계속 걱정했던 문제는..."
선원이 다시 얼음을 깨기 시작하면서 말했다.
"인간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하는 겁니다. 저는 인간들이 정말로 우리를 여기에 버리지는 않을 거라고 끊임없이 되새깁니다. 인간은 사업할 때도 아주 단호한 종족은 아닌 것 같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우주선을 갖지 못하는 한 그들이 언제라도 그럴 수 있어요."
"사령관이 이 모든 계획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그런 공포 때문이었어."
돈드래그머 선장이 대답했다.
"인간들은 기질이 좋은 종족같아. 그 수명이 허용하는 한 믿을 만한 존재들이지. 다른 사람들을 믿듯이 그들도 믿고 싶어. 그렇지만 인간은 우리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이 낯선 행동과 맞닥뜨렸을 때 적절한 동기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할지 전혀 모르겠어. 그래서 발리넌 사령관이 그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 행성에서 가능한 한 빨리 자립하려 하는 거야. 인간들 중 일부는 우리가 그들에게 계속 의지하는 상태를 더 선호할지도 모르니까."
"발리넌 사령관이 줄곧 우리를 교묘히 조종해서 하려고 했던 바로 그 일 말이다. 화물선에 메스클린인 조종사를 집어넣는 일이지. 사령관은 메스클린의 바다에서 익숙하게 하던 것처럼, 별들을 누리며 비슷한 삶을 이끌어 가기 위해 자신만의 성간 우주선을 원하는 것 같아. (생략)"
발리넌의 꿍꿍이가!
"(생략) 당신 이야기의 요점은, 당신의 아들이 무지로 인해 곤경을 당했다는 것보다는, 경험 많은 어른의 관리를 받았음에도 곤경을 당했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 외계인들이 전지하다거나 전능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당신들이 아무리 가깝게 관리하고 지원하더라도 우리는 여기에서 어느 정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우리가 단독으로 행동할 때마다, 혼자 실험하는 화학과 학생처럼 불필요하게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래도 서로 이해하고 잘 소통하는 인간과 메스클린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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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과학적 개념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거 하나.
코리올리
: 행성 같은 회전체의 표면에서 운동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 지구의 북반구에서 태풍이 항상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것도 코리올리의 힘 때문이다.
이게 어떤 상황에서 나왔던 설명이었더라.... 그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태풍이 한 방향으로만 돈다는 걸 얼핏 들어봤던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이런 명칭으로 설명된다는 건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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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SF계에서 아주 의미있는 작품을 읽은 것 같아 뿌듯하다. 진짜.
20250709 | 중력의 임무 Mission of Gravity / 할 클레멘트 Hal Clement
제목도 제목인데, 표지가 너무 귀엽지 않아요? 작가가 SF소설계의 거장이라는 건 소개글을 보고야 알았고, 일단 제목과 표지가 귀여워서 읽어보고 싶었다. 중력의 임무 Mission of Gravity / 할 클레멘
karangkar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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