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241229 | 밝은 밤 / 최은영

카랑_ 2024. 12. 3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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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었다. 하필 딱 한 권만 빌려온 터라 다른 선택지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맞지도 않는 걸 계속 읽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언니네 갔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밝은 밤 / 최은영

 

 

 

제목만 들어봤고, 내용은 전혀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작가의 전작 중 <쇼코의 미소>를 본 적이 있었다. 그렇구만. 

 

 

고조할머니 - 증조할머니 - 할머니 - 엄마 - 나까지 5대가 등장한다. '나'가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 윗대의 이야기를 듣고 옮겨 적은 형식이고, 나와 직접적인 갈등을 빚는 상대는 엄마다. 5대가 모두 기구하다면 기구한 삶을 살았다. 윗대는 한국전쟁이라는 풍파를, 엄마는 가부장주의를, 나는 이혼을 겪었다. 뭐, 그런 얘기다. 

 

 

<쇼코의 미소>를 보긴 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도 좋다고 하는 얘길 듣고 봤었는데 내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것만 기억이 난다. <밝은 밤> 역시 마지막 책장을 미련없이 덮게되는 책이었다. 각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조금 흘리고,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과는 별개로. 

 

 

조용조용 차분한 읊조림을 듣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것이 나에게는 매가리가 없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되게 기운빠진다. 여러 세대가 겪은 다양한 고난과 시련을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꼭 이렇게 푹 젖어 가라앉아있을 필요가 있나 싶다. 하필 최근 박완서 작가의 <나목>이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같은 걸 읽어서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어조가 조금 그리웠다. 이런 게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혼으로 괴로워하고 뭐 어쩌고 하는데 결국 그 불만을 터뜨리는 상대가 엄마라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픈 와중에 아빠의 밥을 걱정하는 엄마가 답답하고, 이혼을 쉬쉬하려는 집안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소리를 치고 싶었으면 아빠도 앞에 두고 같이 소리지르지. 왜 엄마한테만 그래. 

 

 

그녀의 앞에 자꾸 운명처럼 나타나는 길동물들도 뭔가, 음, 되게 요즘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굳이굳이 녹여내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명숙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부분에서는 좀 많이 울었다. 소식을 알릴 때마다 꼬박꼬박 옷을 해 보내주시는 부분에서도 계속 울컥했고. 제일 맘이 가는 분이었다. 

 

 

사실 좀 대충 읽었음다. 얼른 끝내고 다른 거 읽고 싶었음다. 2연타로 아리송한 걸 보니 나랑은 안 맞는 작가인 것 같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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