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CGV 회원시사회에 당첨됐다.
그래서 보러 갔다.
밀수
며칠째 계속되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해가 났다. 파란 하늘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는 영화관까지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파란 하늘 좋아~ 햇빛 좋아~ 바람 좋아~
하고 한 시간을 걸었다. 땀이 좀 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렇게 걸어 걸어 영화관에 도착한 게 영화 시작을 약 20여 분 남짓 남겨두었을 때였다.
그런데, CGV 회원시사회는 키오스크에서 바코드를 읽히면 티켓을 뽑을 수 있다-까지는 알았는데, 자리 선택도 그 때 하게 되는 줄은 몰랐지. 20분 남짓 남은 시간, 중간부터 뒷자리까지는 모두 나가고 앞쪽 몇 줄만 남아 있었다. 아이고. 자리를 생각을 못 했네.
티켓도 뽑고 콜라도 한 잔 사니 시간이 딱 맞았다.
본격 영화 [밀수] 감상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는데도 듣자마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 속으로 훅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음악이 흘러 나오고,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크게 한 스푼 섞은 타이틀이 눈에 띄었다. 편집 방식이나 안내 문구(?)에 쓰이는 폰트도 레트로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올드해보이는 연출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런 건 백퍼 노린거라 그냥 가볍게 즐기면 될 것 같다.
아니 이거 혹시 노팅힐? 싶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연출이나(아마 흔한 기법일텐데, 내가 기억하는 게 노팅힐밖에 없음) 최후의 순간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아 망했네 라는 식의 대사를 던지는 나쁜놈 같은 거. 그 외에도 약간 오래된 코미디같은 장면들이 자잘한 웃음을 준다.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데 재미는 있다.
분명 재미는 있다. 류승완이 만드는 상업영화가 재미 없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좀 더 예전의 류승완 영화를 좋아할 뿐이다.
그래서 중후반부까지 좀 심드렁하게 봤다. 재미있긴 한데 확 끌어들이는 게 없었다. 초반의 비극적인 사건이 나에게 너무 강렬한 충격으로 남기도 했고, 갈등이 생기는 이유가 좀 뻔하고 불편했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국면이 펼쳐지는 것이 나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그러니까 뭔가, 이 안에 내가 공감하고 이입할 인물이 있었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인물을 찾지 못했다. 진숙의 편이 되기가 가장 쉬웠을텐데 왜 그러지도 못했는지 나도 좀 의문이다. 진숙을 응원하기는 하는데 뭔가.. 뭔가가 찝찝하다. 아버지와 동생이 맞게되는 비극이 전적으로 춘자의 잘못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몰래 가담하는 바람에 그 사달이 난 거니까.
아무튼 그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결국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길을 살아가다 새로운 사업을 계기로 모두가 모이게 된다. 그러니까 3년 전의 사건은 각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셈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반전도 있고, 멋진 액션씬도 나오고, 자잘한 웃음도 있고, 오해와 갈등도 풀린다. 그런데 그게 아주 막 엄청나게 놀랍고 엄청나게 대단한 그런 느낌은 아니다. 계략을 꾸미고 서로 뒤통수를 치고 하는 내용이 있긴 한데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그냥 순간순간 눈에 보이는 장면들에서 쾌감을 느끼며 즐기면 되는 영화다.
그래서 후반부에 아주 멋들어진 액션 시퀀스가 등장을 하는데요. 조인성과 박정민의 패거리가 맞붙는 액션씬이 하나 있다. 이건 예고나 영화 소개 프로에서도 보여줬던 장면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란 소린데... 나는 취향이 아니라 거의 안 봤다. 아니, 못 봤다. 류승완이 액션씬은 기가막히게 잘 짜고 잘 찍는 사람이란 건 너무 잘 아는데, 나는 푹푹 찌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고 피가 튀고 고통스런 신음이 뒤섞이는 그런 장면을 보는 게 좀 힘들다. 잠깐잠깐 숨 돌리는 틈에 스크린을 봤는데 그 때마다 조인성이 점점 더 피에 젖어 가는 것이 보여서 더 괴로웠다. 이런 유혈이 낭자한 폭력 장면이 15세에서 너무 당연해진 게 좀 싫다. 그런 장면들을 공들여 찍고 표현하는 것도 싫고. 그렇게까지 잔인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건 알겠는데, 류승완표 액션이 원래 이랬나, 싶다. 맨주먹 맨몸 액션 이런건 너무 옛날인가... 피만 좀 안 튀었어도 좋았겠다 싶은데 칼이 있는데 어떻게 안 그럴 수 있나 싶어 이해는 되지만.. 아무튼...
그렇게 힘든 고비를 넘기고 영화 속에선 춘자와 진숙이 위기를 거듭한 끝에 다시 바다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 바다씬이, 정확히는 수중씬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이것 역시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긴 한데, 감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이 바로 이 수중 액션씬이라고 말하고 싶다! 액션은 액션인데 배경이 바닷속이고, 대결 구도도 너무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되는 쪽이 있는 싸움이란 소리다. 빠르지 않지만 긴장감이 넘치고, 기발하고 통쾌하다. 이 수중 씬 하나에 [밀수]에 대한 개인적인 재미와 평가가 쑥 올라갔다.
그 와중에 옥분이의 쓰임이 좀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긴 하다. 사실 그 중 제일 먼저 처리되었어도 이상할 것 없는 인물인데 계속 아껴두는 걸 보며 설마... 설마... 그건 아니겠지... 했는데 설마가 맞았다. 옥분이의 차림이나 상황이 너무나 뚜렷하게 아주 유명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연상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또 그런 방법이 아니면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싶어서 이해도 되고.. 나는 참 혼자 의문을 품고 혼자 납득하는 걸 잘 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만한 너무나도 유명한 일종의 역사밈이지 않나. 적절하게 활용 잘 한거지 뭐.
약간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는 엔딩이다. 그렇게 잘 마무리된다.
중요한 얘기를 홀랑 빼먹었네
[밀수]의 주요 서사를 끌어가는 것은 춘자와 진숙이다. 둘의 관계를 설명하고(3년 전) 갈등을 보여주고 연대하고 이루어내는 것이 [밀수]의 큰 줄기이다. 흔히 보아오던 남성 캐릭터 위주의 범죄영화의 요소들도 다수 있으나, 결국엔 이 모든 것을 짓뭉개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은 춘자와 진숙을 필두로 한 여자들이다. 이건 뭐 생각할 것도 없이 당연히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다.
감독이 시류를 잘 읽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려고 많이 애도 썼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통쾌하고 시원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소 아쉽고 애매한 구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춘자와 진숙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비중있는 캐릭터라곤 옥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다른 해녀들의 존재가 굉장히 작고 볼품없어진다. 각각의 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우르르 몰려다니며 아이고 아이고 하기만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으면 좋았을걸. 게다가 그나마 비중이 있다는 옥분 역시 전개 상 필요한 인물이었고, 실제 그 시대를 반영하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었겠으나 폭력에 노출되고, 조롱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영 편하지만은 않았다.
자꾸 아쉬운 소리만 하게 되는데 영화가 재밌는 건 맞다. 진짜다.
이제부터는 그냥 아무 말이나
어휴 박정민 아니 장돌이 이 찢어죽일놈
박정민 아주 많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밀수]를 기대했던 이유도 류승완 감독과 박정민 배우가 우선순위를 다툴만큼, 출연 배우들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박정민입니다. 하지만 장돌이는 찢어죽여야 함 너무 곱게 죽었음
아 근데 박정민 원래 되게 마른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밀수]에서 일부러 살을 찌운건지 관리 안 한 오동통한 몸매로 나오는데 이것도 너무 웃기고 귀엽고 좋았다(?). 진짜 이상해 나 박정민 왜 이렇게 좋아하는거지?
이 배우분을 다시 봐서 너무 좋았다. 김경덕 배우.
[시동]에서 처음 보고 너무너무너무너무 인상적이었고 너무 좋았는데 [밀수]에서 다시 만났다. 이 분 어디서나 너무 자연스럽게 그 인물처럼 잘 녹아들어서 신기하고 볼 때마다 눈길이 간다. 반가웠다, 진짜. (tmi. [시동]도 박정민 때문에 영화관 가서 봄)
춘자랑 진숙이는 왜 그렇게 끈끈했던걸까
영화 내에서는 둘의 관계성이 아주 치밀하게 쌓인 느낌은 아니라 조금 의아했다. 17살에 둘이 처음 만났고, 그렇게 함께 지낸게 그럼 한 10년 쯤 되는 건가. 근데 그 세월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다. 영화 외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건가...? 그런 걸 노린건가...?
상업 영화에서 만나는 게 신기한 델타보이즈 배우분들
델타보이즈에서 보고 되게 인상적인 분들이었는데 요즘 상업 영화에도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독립영화쪽에서 엄청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알았는데 이런 영화에서 보니까 또 되게 반갑구. (tmi. 하지만 델타보이즈는 별로 내 취향 아니었고 어쩌구 저쩌구... )
그리고, 조인성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순서대로 따지면 김혜수와 염정아 투 탑에 고민시와 박정민, 김종수가 뒤따른다. 각각의 인물과 관련이 있는 조연 배우들이 나오고, 조인성에게는 무려 '그리고'가 붙는다. 근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게 납득이 된다. 조인성이 연기한 권상사라는 캐릭터는 사실 3년 전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주요 인물들의 관계성에서는 다소 동떨어져 새로 나타난 인물인데다 서사랄 게 없는 굉장히.. 뭐랄까... 중요한 듯 하면서도 다소 목적성을 띈 도구적으로만 쓰인 느낌이라 조인성을 소개하는 '그리고'가 의외의 유쾌함을 준다.
재미있는가? 예
N차 여부는? 아니요
나는 딱 요 정도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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