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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 |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카랑_ 2025. 2.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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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보고 막연히 <노인과 바다>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 조만간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250129 |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정말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정말 좋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은 그런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커버가 벗겨진

karangkaran.tistory.com

 

 

그래서 빌려 옴.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유명한데 읽어보진 않은 책이었다. 주워들은 풍월로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어 자칫 내가 알고 있는 작품으로 착각하기 쉬운 책. 그래서 이참에 잘 읽고 기억해두자고 마음먹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의외였던 건, 문장이 굉장히 간결하고 쉽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이렇게 읽기 좋은 작품이었다니. 나는 되게 어렵고 글씨 빼곡하고(ex. 도스토예프스키.....) 그럴 줄 알았는데.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망망대해에서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인 노인의 이야기이자, 결국 그것을 잃은, 그럼에도 허탈하고 허무하기만 한 것은 아닌, 뭔가 먹먹한 여운이 남으면서도, 한켠엔 희망도 남은, 그런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감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헤밍웨이가 원래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작품 해설 中)하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은 대개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 묘사가 최대한 억제된 채 객관적 사실만을 정확히 전달하는, 단문 위주의 간결한 문장들이 이야기를 명쾌하게 끌고 간다. 흔히 '하드보일드'라는 말로 일컬어지는 헤밍웨이 특유의 이러한 문제는 말하자면 신문 기사의 문투와 같은 것으로 절제와 객관성과 단순명료함을 그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오랫동안 기자 활동을 했던 헤밍웨이의 젊은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작품 해설 中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느꼈던 먹먹한 감동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심란했지만, 작품 해설이라는 기가 막히고 훌륭한 설명글에 의탁하면 걱정 없지!

 


산티아고 노인은 자신의 힘든 처지에 대한 감상적 연민에 빠지는 일도, 거대한 물고기를 잡은 것에 대한 오만한 승리감에 도취되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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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새치와 상대하는 바다 위에서의 긴 시간 동안 그는 청새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면서, 이를 통해 바다와 자연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왜소한 위치를 새삼 되새기는 한편 자연에 대한 겸손한 공감의 자세를 갖는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작품 해설 中

 

 

노인이 홀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위대하고 경건해 보였던 것은, 아마도 노인의 이러한 태도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청새치를 단순히 먹잇감, 사냥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상대로 대우하며 공정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듯한 자세, 자신 때문에 청새치가 상어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어 허무하게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너무나도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 든 노인을 곁에서 지켜보는 소년의 존재가 참 고맙고 좋았다. 이 소년이 없었더라면 <노인과 바다>라는 이야기는 좀 더 침울하고 힘겹게 느껴졌을 것 같다. 노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소년이 있어 잠에서 깨어난 노인이 외로움이나 허탈함, 상실감같은 것이 아닌 또 다시 바다로 나아갈 희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 전 할아버지랑 처음 함께 나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다 기억 나요. "

노인은 햇볕에 그을린 두 눈에 신뢰와 애정을 가득 담고서 소년을 바라보았다.

" 네가 내 아들이라면 널 데리고 나가서 운을 한 번 걸어보겠다만."

노인은 말했다.

" 하지만 너한텐 따라야 할 부모가 있고 또 넌 운이 좋은 배를 타고 있어.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소년은 침대에서 낡은 군용담요를 가져다 의자 등받이와 노인의 어깨 위에 잘 펴서 덮어주었다. 노인의 어깨는 특이했다. 몹시 늙긴 했지만 아직 강인해 보이는 어깨였다. 목덜미 역시 아직 튼튼해 보였으며, 잠이 들어 고개가 앞으로 수그러져 있는지라 주름살도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셔츠는 그의 돛과 마찬가지로 수없이 누덕누덕 기워진 것이었는데, 기워 붙인 조각들은 햇볕에 바래 여러 가지 다른 색조를 띠고 있었다. 노인의 머리는 몹시 늙어 보였으며, 두 눈을 감은 얼굴은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노인은 생각했다. 새는 우리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있지, 도둑갈매기나 크고 강한 새들을 빼곤 말이야. 바다가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데 어쩌자고 저 제비갈매기처럼 가냘프고 여린 새들을 창조했담? 바다는 상냥하고 아주 아름다워. 하지만 몹시 잔인해질 수 있어, 그것도 아주 갑자기. 작고 구슬픈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다가 먹이를 잡으려고 물속을 쪼아대는 저 새들은 바다에 살기에는 너무 가냘프게 창조되었어.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놈이 선택한 것은 그 어떤 덫과 함정과 속임수도 미치지 못하는 먼 바다의 깜깜하고 깊은 물속에 머무르자는 것이었지.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것은 그 누구도 미치지 못하는 그곳까지 가서 놈을 찾아내는 것이었고. 그 누구도 미치지 못하는 그곳까지 가서 말이야. 이제 우린 서로 연결된 거야, 어제 정오부터. 게다가 우린 아무한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물고기야, 네가 날 죽일 작정이구나,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너도 그럴 권리가 있지. 나의 형제여, 난 너보다 더 훌륭하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고상한 존재를 결코 본 적이 없다. 자, 어서 와서 날 죽여라. 누가 누굴 죽이든 난 이제 상관없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뭔갈 죽이게끔 되어 있어, 노인은 생각했다. 고기잡이는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일이면서 날 죽이는 일이기도 하잖아.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 이렇게 멀리까지 나오질 말았어야 했다, 물고기야. "

노인은 말했다.

"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나오질 말았어야 했어.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 반쪽짜리 물고기야, "

노인은 말했다.

" 물고기였던 물고기야. 내가 너무 멀리 나온 게 후회스럽구나. 내가 우리 둘 다 망쳐버렸어. 하지만 너와 난 함께 많은 상어를 죽이거나 박살내버렸지. 이봐 물고기, 넌 이제까지 얼마나 죽였니? 네 머리의 창 같은 그 주둥이는 괜히 달고 있는 건 아닐 테니 말이야. "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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