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250208 | 죄와 벌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랑_ 2025. 2. 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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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도스토예프스키. 
과연 읽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고 빌려왔으나 걱정했던 것보단 아주 잘 읽었다. 말이 너무 많고, 쉼 없이 이어지고, 덕분에 읽기만 하는데도 숨이 차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죄와 벌>이다. 
 


20250129 죄와 벌 (상) - 20250208 죄와 벌 (하)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습니다. 이런 고전은 출판사별로 번역도 다르고 그게 또 취향을 타기도 한다고 하던데.
 



읽기 전엔 <죄와 벌>이라는 것이 어떤 비유적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죄'를 짓는다. 그것도 살인죄를. 살인 장면이 잔혹하고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와. 완전 쫄려.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해 버려도 되나 싶은데...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그냥 정신병? 망상?에 걸린 한 젊은이가 살인을 저질렀고, 그것을 자백하기까지의 이야기였다. 그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대단한 행위를 감행한 것처럼 지껄이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다 헛소리, 그야말로 궤변이다. 라스콜니코프 당신은 죄를, 그것도 아주 심각하고 잔인한 죄를 저지르셨습니다.
 
 

처음엔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로쟈)가 되게 세상물정 모르고 불안정한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도 넉넉치 못한 형편인데 더 가엾은 사람들을 보면 수중에 있는 돈을 퍼주기 바쁘다. 그래서 얘 뭐야 혼자 비현실을 살고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얘가 그렇게 불안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행위들이 결국 살인 모의를 한 후 겪은 복잡하고 불안한 내적 갈등에서 기인한 것들이었고- 그럴듯하게 지껄이지만 사실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이었던' 것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대우받고 본인도 지성인인 척 해보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래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게 된 것 같고. 자백의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또다시 번뇌하고, 그런 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되풀이된다. 내내 그러는 이야기이다. 
 


근데 정작 라스콜니코프가 받은 벌이 별로 무거워보이지 않는다. 소설에서 말하는 '벌'이라는 게 혹시 살인을 저지른 자가 이후에 느끼는 불안과 혼란과 공포같은 것이 버무려진, 괴로움을 말하는 것인거라면, 그거 너무 개인적인 차원의 형벌인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라스콜니코프가 받는 법적 처벌은 형량이.. 7년이던가.. 이런저런 참작을 받은 거긴 하지만,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 치고는 너무 가볍다. 
 
 

<죄와 벌>의 죄가 살인죄(그것도 2명에 대한)라는 걸 안 것만으로도 굉장한 소득이다. 영영 모르고 살 뻔 했잖아. 
 
 

인상적인 구절을 표시해 가며 읽었는데, 인상적인 부분과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부분 같은 것이 섞여서 뒤죽박죽이 됐다. 일단 다 남겨놓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는 자못 엄숙하게 말을 시작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데, 그건 진리요. 나도 음주벽이 미덕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그것은 더욱더 진리이지요. 그러나 비럭질을 해야 할 정도의 가난은 말이오, 선생, 비럭질을 해야 하는 가난은 죄악이라오. 가난 속에서는 자신이 타고난 고결한 감정을 지킬 수 있지만, 비럭질을 해야 하는 가난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 정도로 가난하면, 몽둥이로 쫓아내지도 않소. 모욕이 더 골수에 사무치게끔 아예 빗자루로 인간 사회에서 쓸어내 버리지. 그건 당연한 일이오. 왜냐하면 그렇게 가난하게 되면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먼저 나를 모욕하려 드는 법이니까. 그래서 술집이 있는거요!"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세묜 자하르이치 마르멜라도프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팔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면 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숭배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팔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오빠를 위해서, 어머니를 위해서 파는 것이다! 모든 것을 파는 것이다! 아아, 우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도덕적 감정까지 눌러버리고, 자유도, 마음의 평화도, 양심도, 모든 것, 모든 것을 고물 시장에 내놓는다. 자신의 인생은 아무래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게만 된다면 그만이다. 뿐만 아니라, 제멋대로 궤변을 지어내면서 예수회 교도가 무색할 정도로,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말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잠시나마 자신을 달래고 자신을 설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인간이다. 모든 것이 대낮처럼 명백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다름 아닌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가 등장하며, 그것도 주인공으로 맨 앞에 서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그 노파를 죽이고 돈을 뺏는다. 그런 다음 그 돈을 가지고 전 인류를 위한 봉사와 공공사업에 몸을 바친다. 어떻게 생각하나? 하나의 사소한 범죄는 수천의 선행으로 보상될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생명에 대한 보상으로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구원받은 수천의 생명. 하나의 죽음, 그리고 그것과 맞바꾼 백 개의 생명. 이것은 간단한 산수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이겨낼 수 없는 한 가지 새로운 느낌이 거의 매 순간 더욱 강하게 그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마주치는 모든 것,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한 거의 생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혐오감, 집요하고 간악하고 증오에 가득 찬 끝없는 혐오감이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역겹기만 했다. 그들의 얼굴도, 걸음걸이도, 동작도 역겨웠따. 누구든 말을 걸어오면, 곧바로 침을 뱉어주고 물어뜯어 버렸을 것이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거짓말은 언제나 용서할 수 있어. 거짓말은 사랑스러운 것이기도 해.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니까. 아니, 화가 치미는 것은 그들이 거짓말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거짓말을 숭배하고 있다는 거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과학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에 앞서 자기 하나만을 사랑하라.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개인의 이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하나만을 사랑하라. 그러면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네 외투도 온전히 남게 된다. 더 나아가 경제적 진리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이 사회에 기초가 튼튼한 개인 사업, 즉 온전한 외투가 많을수록, 견고한 사회적 기초도 더 많이 쌓이게 되고, 그만큼 공공의 사업도 기초가 더 튼튼해진다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이익을 획득하는 셈이며, 이웃에게도 찢어진 외투보다 좀더 많은 것을 얻게 해주는 셈입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표트르 페트로비치

  
 


'이제 됐다!'
그는 단호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신기루 따윈 없어져라, 공연한 공포도 없어져라, 환영도 없어져라…! 삶이 있지 않은가! 과연 내가 지금 살아 있지 않단 말이냐? 내 삶은 그 늙은 노파와 함께 죽지 않았다! 노파에겐 천당에서 편히 잠들라고 빌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제가 욕을 하는 건 그들이 엉터리 같은 소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죠? 천만에요! 전 사람들이 엉터리 같은 소릴 하는 게 좋습니다! 엉터리 소리는 모든 유기체 앞에서 인간이 갖는 유일한 특권입니다. 엉터리 소릴 해 가는 동안에 진리에 이르게 되거든요! 나도 엉터리 소릴 하니까 인간입니다. 열네 번, 아니 어쩌면 백열네 번쯤 엉터리 소릴 하지 않고서 도달한 진리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은 나름대로 명예로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엉터리 소리조차도 자신의 사고력으로 할 줄 몰라요! (중략) 자기 나름대로 엉터리 소리를 하는 것은 하나같이 남을 흉내 낸 진리보다 오히려 낫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인간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앵무새에 불과하니까요!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라주미힌이 라스콜니코프의 동생에게 한눈에 반해서 헛소리 주절주절 할 때였던 것 같다 

 
 


인류의 입법자와 지도자의 대부분이 특히 무서운 살육자였다는 것은 그야말로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요컨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위대한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주어진 궤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 즉 무슨 새로운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아주 조금이라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성상 반드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한 말이던가? 라스콜니코프를 압박하면서...? 말투가 아주 공손한 것이 포르피리같은데.

 
 


노파 따윈 아무 것도 아니다!
그는 파열하듯 격렬하게 생각했다.
노파는 실수였다 치자. 그러나 문제는 노파에 있지 않다! 노파는 병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넘어서고 싶었다 나는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라 원칙을 죽인 것이다! 그런데 원칙을 죽였으나, 그것을 넘어서지 못하고 이쪽에 남고 말았다 죽이는 일만 해낸 것이다. 아니, 이제 보니 그것조차 해내지 못한 셈이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라스콜니코프야... 라스콜니코프야.. 아이고...

 
 


표트르 페트로비치는 대체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상냥할 뿐 아니라 상냥하게 보이고 싶어하지만,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 맞으면 금방 모든 사교적인 능력을 잃어버리고는, 모임을 즐겁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신사라기보다 뚱하니 꿔다 논 보릿자루같이 돼 버리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

이미 오래전부터, 벌써 몇 년 동안이나 그는 결혼을 달콤하게 꿈꾸고 있었으나, 계속 돈을 저축하며 때를 기다려 왔다. 마음속 깊이 그는 품행이 단정하고 가난하며(반드시 가난해야만 했다) 매우 젊고 매우 아름답고 집안도 좋고 교양도 있는 처녀로, 많은 불행을 겪고 아주 겁을 먹은 나머지 그의 앞에 납작 엎드려 평생토록 그를 자신의 은인으로 섬기고 공경하면서 그에게만, 오직 그 한 사람에게만 순종하고 경탄하는 그런 처녀를 아무도 몰래 황홀하게 꿈꾸고 있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표트르 페트로비치에 대하여. 속물 속물

  
 


어쩌면 우리들의 생활에서 누구에게나 의무처럼 되어 있는 어떤 사회적인 의례를 치르게 될 때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허세를 부리면서, 그저 '남들보다 못하지 않기 위해', '남들에게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저축해 둔 마지막 한 푼까지 다 털어서 거기에다 써 버리고 마는 가난한 사람 특유의 그 자존심이 여기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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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존심과 허영심의 발작은 이따금 몹시 가난하고 짓눌린 사람들에게 찾아와, 초조하고 억제할 수 없는 욕구로 변하는 일이 때로 있는 법이다. 더구나 카체리나 이바노브나는 절대로 짓눌린 사람이 아니었다. 환경이 그녀를 완전히 죽일 수는 있을지언정, 정신적으로 그녀를 때려눕히는 것, 즉 그녀의 자유를 위협하고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에 대하여 

 
  


문제는 이거야. 나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 적이 있어.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내 입장에 있게 되어 출셋길로 들어서려는데, 툴롱도 이집트도 몽블랑도 넘는 것도 없고, 그런 훌륭한 금자탑 같은 위업 대신 그저 어떤 시시해 빠진 14등관의 과부 할망구밖에 없다 하자. 만약 그 할망구의 트렁크에서 돈을 꺼내기 위해서(출세를 위해서야, 알겠어?) 할망구를 죽여야만 한다면, 만약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는 그것을 단행했을까? 금자탑 같은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또 무서운 죄가 된다 해서 몸을 움츠리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고백하지만, 난 이 '문제'를 두고 끔찍하게 오랫동안 고민했어. 그러다 마침내 끔찍하게 부끄러워졌어. 나폴레옹 같으면 움츠리기는커녕, 그것이 금자탑 같은 위엄이 못 된다는 생각조차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움츠릴 이유가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거든(어떻게 우연히 말이야). 만약 다른 해결책이 없다면, 그는 투덜거리지도 않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것도 없이 단숨에 목 졸라 죽였을 거야! 그래서 나도 생각을 집어치우고 죽여 버렸어 권위자의 본보기에 따라 정말로 꼭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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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용기 있게 몸을 굽혀 그것을 집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거야. 여기엔 다만 한 가지, 한 가지밖에 없어. 용기를 내어 감행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에게 그때 난생처음으로 나 이전엔 어느 누구도 결코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 어느 누구도 해 본 적이 없는 그런 생각이! 어떻게 여태까지 이 모든 불합리한 현상 옆을 그냥 지나치면서 단 한 사람도 그저 꼬리를 살짝 쥐고 가볍게 흔들어 주는 것조차 감행하지 못했고 지금도 감행하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내게 갑자기 태양처럼 명백하게 떠오른 거야! 그래서 나는 나는 감행하고 싶었고 그래서 죽였어 난 다만 감행하고 싶었던 거야, 소냐, 그게 이유의 전부야! 

/

내가 그토록 몇날 며칠을 두고, 나폴레옹이라면 그 짓을 저질렀을까 아닐까 하고 고민해다면, 그건 내가 나폴레옹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분명하게 느낀 거야 나는 이런 부질 없는 공염불의 고통을 다 참아냈어, 소냐. 그리고 그걸 어깨에서 모두 털어 버리고 싶었어. 나는 말이야, 소냐, 어떤 궤변도 늘어놓지 않고 그냥 죽이고 싶었어. 나 자신을 위해서. 오직 나 한 사람을 위해! 나는 이 점에서 나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어!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 죽인 게 아냐. 그건 터무니없어! 재산과 권력을 손에 넣어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서 죽인 것도 아냐. 터무니없어! 난 그냥 죽였어. 나 자신을 위해서 죽였어. 오직 나 한 사람을 위해서. 

/

나는 다른 것을 알아내야 했어. 그것이 내 손을 잡고 충동질했어. 나는 그때 알아내야 했던 거야. 한시바삐 알아내야만 했어. 나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 나는 넘어설 수 있는가 없는가? 용기 있게 몸을 굽혀 집을 수 있는가 없는가? 나는 떨고 있는 시시한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

과연 내가 노파를 죽인 걸까? 난 나 자신을 죽였어, 노파가 아니라! 그렇게 단번에 나 자신을 죽여 버린 거야, 영원히! 그 노파를 죽인 것은 악마이지 내가 아냐  

/

범죄라니? 무슨 범죄?
내가 그 더럽고 해로운 이를, 아무에게도 쓸모없고 그런 걸 죽이면 마흔 가지 죄라도 용서될 그 고리대금업자 할망구를, 가난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그런 할망구를 죽인 게, 그게 범죄란 말이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그걸 씻어 버릴 생각도 없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라스콜니코프야.. 라스콜니코프야.. 아이고...222

 
  


아가씨의 마음에 가엾다는 생각이 깃들게 되면, 그건 물론 자기 자신에게 무엇보다 위험한 일이오. 그렇게 되면, 반드시 '구원해' 주고 싶다, 미혹으로부터 벗어나게끔 해 주고 싶다, 갱생시키고 싶다, 더 숭고한 목적을 지향하도록 호소하고 싶다, 새로운 삶과 활동을 시작하게끔 소생시키고 싶다, 뭐, 이런 종류의 공상에 잠기리라는 건 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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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나폴레옹에 몹시 심취해 있소. 말하자면, 많은 천재적인 사람들이 한 번의 악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저 없이 밟고 앞으로 나아갔던 것에 강하게 끌린 것이오. 오빠는 자신도 천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소. 얼마 동안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는 얘기요. 오빠는 무척이나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소. 그 이론을 만들어 내긴 했으나, 주저 없이 넘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천재적인 인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물론, 이것은 자존심이 강한 청년에겐 굴욕적인 일이오. 


표도르 토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中
스비드리가일로프 은근히 흥미로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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