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영화

20250115 | 다우트 doubt (in 넷플릭스)

카랑_ 2025. 1. 18. 17:08
728x90
반응형

 

 

 

 

 

몇 개 꼽아놨던 영화들 중 하나였고, 넷플릭스 로그인하자마자 첫화면에 뜨기에 그냥 생각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였다. 사실 처음엔 아, 좀 재밌는 걸 볼걸 그랬나 하고 후회하기도 했는데-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인데, 거기에 에이미 아담스인데, 재미가 없을 수가 있나요? 그냥 보기만 해도 막 빨려들어가는데? 내가 크게 잘못 생각했지. 아주 크게 잘못 생각했어.

 

(아니 근데 검색하다 봤는데,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사망한지 벌써 10년이나 되었다고...?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가 없어...)

 

 

고집 세고 그야말로 편협한, 올곧음을 핑계로 한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을 피말리는 아주 악독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는데-

사람 좋고 여유 넘치는, 억울하게 모함을 당하는 사람인줄로만 알았는데-

보는 동안 얼마 되지도 않는 인물들에게 속고 또 속고,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고, 도대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몇 번이나 내 마음이 뒤집히는지 모르겠다. 

 

 

나 사실 중반까지도 신부를 믿었다구. 근데, 언제였냐면, 제임스 수녀랑 둘이 대화를 나누는데, 둘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둘째치고 카메라가 너무 보란듯이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제까지는 정말 반듯하게 인물과 배경을 비추던 카메라가. 너무 티나게. 여기서부터 혼란에 빠졌다. 아니, 갑자기 이 구도는 뭐지? 이 분위기는????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 카메라가 다시 한 번 삐딱해지는 순간은, 교장 수녀가(이름이 너무 복잡해서 이름 대신 직위로 기억됨) 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장면이다. 이 대화에서 교장 수녀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접하게 되고, 그에 따른 엄청난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된다. 카메라가 이렇게 대놓고 기울어지는 순간들은 아마도 비추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할 때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정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하, 근데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충격이란. 이게 어디서 오는 충격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파헤치려했던 진실이 드러났다는 것보다는, 그 과정에서 겪은 그 팽팽한 긴장감과 균형이 무너진 것에서 오는 충격이었다. 이렇게 되는구나. 결국 이렇게 밝혀지는구나. 

 

 

끝까지 좋은 사람처럼 가식을 떠는 신부는, 사실 그 전에 이미 몇 차례 암시가 있긴 했다. 교장실에서 회의를 빙자한 취조가 이루어지는 장면에서 너무 아무렇지 않게 교장자리(상석)에 앉는다거나, 능청스레 받아치는 척 하며 상대방을 은근히 무시하는 말투 같은 것들. 다 알고 보니까 너무 징그럽다. 누구보다 권위적이면서 아닌 척 가식을 떨어?? 이 파렴치한 놈이??? 그래놓고 뭐? 동정심도 없냐고? 그게 할 소리야? 이 새끼가??

 

당신을 동정할 수 없어요. 진심으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나는 의심이 너무 많아요, 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교장 수녀님은, 아마도 이런 고통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을 거다. 편하게 잠들이 못하는 밤들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당신은 대죄를 지은 적이 없느냐고 묻는 신부의 말에 울면서 나 역시 그랬노라고 하던 고백은, 아마도 교장 수녀가 그동안 숱한 쓰레기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행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양심의 가책들이 아니었을까 싶고. 

 

 

 

그 와중에1

에이미 아담스는 정말 작고 순수한 어린양이 너무 어울린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같다고 해야 하나. 

 

 

그 와중에2

정말 강론을 잘 하는 신부였다. 오프닝에서 나오는 '의심'에 대한 강론은 영화를 엶과 동시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이야기였고, 중간에 자신을 의심하는 교장 수녀에게 하는 말과 같았던 '소문'에 대한 강론 역시 기가 막혔다. 지붕 위에 올라가 베개를 찢으면, 사방으로 깃털이 날린다. 그 깃털을 모두 주워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깃털이 바로 '소문Gossip'이다. 꾹꾹 눌러 발음하는 Gossip의 발음이 어찌나 살벌하던지. 

 

 

오랜만에 되게 잘 봤다. 좋은 영화였다. 

 

 

 

 

 

728x90
반응형